러시아 은행들이 수출입 기업 고객을 상대로 테더(USDT) 거래 목적과 거래 상대방 확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부 은행이 관련 확인을 요구하면서 은행권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드러나는 흐름이다.
러시아의 여러 은행이 기업 고객에게 암호화폐 거래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RBC는 보도했다. 대상은 주로 수출입 기업을 상대하는 은행으로, 고객에게 테더를 산 경제적 목적을 밝히고 암호자산을 제공한 거래 상대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디지털통화 교환 사업자 등록부에 올라 있는지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해당 요구를 지금 단계에서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디지털통화 교환 사업자 등록부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관련 규제 법률도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세부 규칙을 마련하는 단계로 전해졌다.
은행이 요구한 확인 절차와 실제 제도 시행 시점 사이에 공백이 생긴 셈이다. 고객이 등록부 등재 여부를 확인하라는 요구를 받더라도 등록부가 없으면 실무상 답변할 방법은 제한된다.
이번 보도는 수출입 기업을 상대하는 러시아 은행들이 테더 거래 목적과 거래 상대방 확인을 요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법 시행 전 은행권이 고객 확인 절차를 먼저 강화하면서 제도 준비와 현장 요구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테더는 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다. 통상 기업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송금 속도와 접근성 때문에 거론되지만, 은행을 거치는 자금 흐름과 결합하면 자금세탁방지와 거래 상대방 확인 절차를 피하기 어렵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의 루블 자금 이동과 암호화폐 취득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은행 요구에 대응할지는 등록부 마련과 세부 규칙 공개 이후 확인될 사안이다.
엘리자베타 로부테바(Elizaveta Lobuteva) 변호사는 이번 요구를 새로운 강제 의무라기보다 통상적인 컴플라이언스 점검과 향후 규제 변화에 대비한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법 시행 전부터 내부 통제 기준을 앞당겨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요구가 현행 법률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등록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에게 등재 여부 확인을 요구하면 제도와 실무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사안은 단순한 해외 규제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기업이나 제재 환경에서 제3국 결제 구조를 검토하는 시장 참가자에게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은행권 심사와 분리돼 움직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기업 결제와 블록체인 인프라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앞서 본지는 수출입 기업을 겨냥한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추진을 전한 바 있다.
러시아의 테더 거래 점검에서 현재 확인된 쟁점은 9월 1일 법 시행 전 은행 요구와 제도 준비 사이의 공백이다. 지금 단계에서 핵심은 테더 거래 자체보다 은행이 요구하는 증빙과 거래 상대방 확인 절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