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2와 신규 체인이 블록공간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 수수료와 결제 흐름을 직접 끌어안는 수익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체인 수수료가 낮아질수록 이용자 비용은 줄지만, 체인 운영 주체는 수익성과 토큰 경제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캐슬랩스(Castle Labs)는 22일 오후 11시31분(한국시간) 공개된 분석 글에서 “블록공간 판매는 더 이상 방어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실행 공간은 점점 비슷해지고, 차별화 요소는 유동성과 실제 애플리케이션 사용량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블록공간은 거래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는 처리 용량이다. 지금까지 체인은 이 공간을 팔아 수수료를 벌었지만, 기술 개선과 경쟁 심화로 처리 비용이 낮아지면서 체인 자체 매출은 애플리케이션 매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아비트럼(ARB)은 생태계 확장 쪽에 섰다. 로빈후드($HOOD) 체인은 7월 아비트럼 스택을 활용한 자체 레이어2를 출시했다. 캐슬랩스는 해당 체인의 수익이 90대10 구조로 배분된다고 설명했다.
캐슬랩스는 로빈후드 체인이 출시 이후 약 400만 달러(약 55억원)의 매출을 냈고, 90대10 배분 구조에 따라 아비트럼에 약 39만 달러(약 5억원)가 돌아갔다고 집계했다. 아비트럼 스택의 총예치가치(TVL)는 8억 달러(약 1조1090억원)를 넘었고, 로빈후드 체인의 TVL은 아비트럼 본체 TVL 16억3000만 달러(약 2조259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제시됐다.
아비트럼은 거래 우선순위 수수료도 별도 수익원으로 붙였다. 타임부스트(Timeboost)는 이용자가 더 빠른 거래 순서를 얻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내는 구조로, 2025년 4월 도입됐다. 캐슬랩스는 타임부스트가 도입 이후 아비트럼 금고에 770만 달러(약 107억원) 이상을 기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체인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제공자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앞선 논의와 맞닿아 있다. 개발자가 체인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스택을 빌려 애플리케이션을 올리고, 체인 운영 주체는 그 매출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폴리곤(POL)은 결제 인프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폴리곤은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기업용 통제 기능을 앞세운 결제 체인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캐슬랩스는 폴리곤이 지금까지 약 2조900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처리했고, 스테이블코인 공급은 30억 달러(약 4조1580억원)라고 제시했다.
폴리곤의 사례는 생태계 확장형 모델이 결제 사용량을 체인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캐슬랩스는 폴리곤 매출의 상당 부분이 폴리마켓 배포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특정 애플리케이션 의존도가 높으면 수익원이 넓어졌더라도 단일 집중 위험은 남는다.
메가ETH(MegaETH)는 다른 길을 택했다. 캐슬랩스는 메가ETH가 제3자 개발자 지원에 쓰던 역량을 자체 소비자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슈야오 콩(Shuyao Kong) 메가ETH 관계자는 “우리는 제3자 빌더에게 빌려주던 에너지를 우리가 직접 만드는 1자 애플리케이션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체인 위 애플리케이션이 만든 수수료를 체인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시도다. 통상 애플리케이션은 이용자와 직접 맞닿아 수수료를 만들지만, 체인은 낮은 처리 수수료를 받는 인프라 역할에 머문다. 메가ETH의 자체 앱 전략은 이 간극을 줄이려는 수직 통합에 가깝다.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엠(USDm)도 같은 맥락에 있다. 캐슬랩스는 유에스디엠 공급량이 현재 1800만 달러(약 249억원)이고, SOFR 약 3.6% 기준 연 65만 달러(약 9억원)를 메가ETH 매입·소각 재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급량은 5월 약 6억 달러(약 8316억원) 고점에서 95% 넘게 줄었다.
본지는 앞서 유에스디엠 공급 축소와 메가ETH 수익 구조를 보도했다. 당시 확인된 변화는 공급량, 고점 대비 감소율, 추산 수익 규모였고, 향후 평가는 메가ETH 내 실제 애플리케이션 사용량과 온체인 유동성 지표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소폰(Sophon)은 자체 체인을 접고 베이스(Base) 위 소비자 앱 개발로 전환했다. 캐슬랩스는 소폰이 레이어2 운영에 연 340만 달러(약 47억원)를 쓰고 있었으며, 체인 유지보다 앱 개발에 자본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첫 제품은 게임 요소를 결합한 결제 앱 파이어(Pyre)로 제시됐다.
이 변화는 체인이 더 싸고 빠른 인프라를 제공하는 단계에서, 실제 사용자가 내는 수수료와 결제 흐름을 어디까지 내부화할 수 있는지 겨루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다만 각 모델이 토큰 가치, 금고 수익, 실제 이용률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확인된 온체인 지표와 제품 사용량을 통해 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