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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캐시 위조 버그 4년 잠복…AI가 찾은 보안 틈

취약점을 점검하는 하드웨어 지갑과 회로 기판 / TokenPost.ai

인공지능(AI)이 수년간 공개된 가상자산 코드를 다시 분석하면서 인간 연구자가 놓친 취약점과 공격 경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지캐시(Zcash·ZEC)에서는 무제한 위조 코인을 만들 수 있는 결함이 발견됐고, 콜드카드에서는 오래된 펌웨어 오류와 연결된 비트코인 탈취가 발생했다.

실디드랩스는 5월 29일 AI 보조 감사 과정에서 지캐시 오처드 회로의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결함은 영지식 증명의 검증 조건이 충분히 제한되지 않은 'soundness failure'로, 공격자가 정상 증명처럼 보이는 데이터를 만들어 탐지되지 않는 위조 ZEC를 무제한 생성할 수 있는 문제였다.

감사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오퍼스 4.8과 맞춤형 감사 에이전트가 활용됐다. 이후 로컬 테스트 환경에서 실제 공격 코드를 작성해 위조 ZEC 생성 가능성이 확인됐고, 개발팀은 6월 2일까지 긴급 수정 작업을 마쳤다. 메인넷에서 실제 악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처드 풀은 지캐시의 프라이버시 거래 영역이다. 지캐시의 오처드 풀 제한과 아이언우드 풀 도입은 영지식증명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 총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급량 검증을 강화한 사례를 다뤘다.

이번 사례는 AI가 새로운 암호 체계를 깨뜨렸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공개된 코드에서 사람이 장기간 찾지 못한 논리 오류를 빠르게 좁혀가며 공격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사례는 공개 코드와 거래 자동화 시스템이 공격 분석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콜드카드 사례에서는 2021년 펌웨어의 난수 생성 오류가 뒤늦게 공격 표면으로 바뀌었다. 코인카이트는 일부 시드가 충분한 무작위성을 갖지 못해 공격자가 오프라인에서 재생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고, 갤럭시리서치는 확인된 피해를 1778.84 BTC, 8600개 이상 주소, 1억1270만달러(약 1563억원) 규모로 집계했다.

취약한 펌웨어는 2021년부터 존재했고, 해당 시드와 연결된 비트코인은 2026년 7월 말부터 여러 차례 탈취됐다. 공격자가 실제로 AI를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취약점이 오래전에 생겼더라도 자금 탈취는 훨씬 뒤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가 외부 입력을 거래 명령으로 바꾼 사례도 있었다. 5월 4일 뱅크르 사건에서는 공격자가 X에 모스부호를 게시했고, 그록이 이를 명령문으로 해석한 뒤 뱅크르 봇이 약 30억 DRB를 전송했다. 에이전트 웜홀은 피해 규모를 당시 기준 약 15만~20만달러(약 2억800만~2억7700만원)로 정리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암호학이 아니라 권한 설계였다. AI가 공개된 외부 입력을 번역 요청으로 처리한 뒤 결과가 별도의 거래 시스템에서 실행 가능한 명령으로 받아들여졌고, 추가 확인 절차와 지출 한도가 충분하지 않았던 구조가 문제를 키웠다.

스마트계약에서도 코드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가 공격 위험으로 이어졌다. 체이널리시스는 최근 6개월 동안 소스코드가 검증되지 않은 스마트계약에서 약 3670만달러(약 509억원)가 탈취됐다고 분석했다. 공격자는 계약의 바이트코드를 디컴파일해 취약점을 찾아야 하지만, AI 도구가 이런 역설계 비용을 낮췄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록체인에 악성코드의 명령·제어 정보를 숨기는 '블록체인 데드 드롭'도 증가했다. 체이널리시스는 고성능 오픈소스 중국계 AI 모델이 등장하기 전 하루 평균 2.06건이던 악성 데이터 기록이 11.1건으로 늘어 4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AI가 개별 공격을 실행했다는 뜻이 아니라 공격 인프라 구축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분석에 가깝다.

AI는 공격 도구가 아니라 사기의 홍보 수단으로도 쓰였다. TRM랩스는 '클로드가 만든 차익거래 봇'을 내세운 유튜브 영상 9개와 관련해 2026년 2~8월 224명이 234개 악성 스마트계약에 총 274.60 ETH, 약 51만7205달러(약 7억1700만원)를 전송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례에서 AI가 비트코인(BTC)의 암호 자체를 해독했다는 근거는 없다. AI는 오래된 코드와 비공개 계약을 빠르게 훑고, 외부 입력을 거래 명령으로 바꾸며, 공격 도구를 설명하거나 사기성 홍보 문구를 만드는 데 활용됐다.

보안 검증에서는 취약점 발견, 실제 악용 여부, 피해 규모, 공격자의 AI 사용 여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지캐시 사례에서 위조 코인 생성은 로컬 테스트 환경에서 확인됐지만 메인넷 악용 여부는 별도 사안이고, 콜드카드 사례에서도 피해 규모와 AI 사용 여부는 같은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국내 이용자와 서비스 운영자에게도 점검 대상은 분명하다. 오래된 펌웨어에서 생성된 시드, 검증되지 않은 스마트계약, 외부 입력을 곧바로 거래 명령으로 처리하는 자동화 시스템은 각각 별도의 권한 제한과 재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들은 보안 감사가 한 차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오래된 코드와 펌웨어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취약점이 발견된 뒤 수정하는 절차와 함께 실제 악용 여부, 피해 규모, 공격 주체를 분리해 확인하는 검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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