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텐트 기반 지갑, 암호화폐 결제의 '애플 페이' 혁명 온다

암호화폐의 대중화는 단순히 기술 성숙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사용성, 즉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가'가 핵심 과제다. 작금의 암호화폐 거래 경험은 여전히 확장 프로그램 설치부터 지갑 주소 복사, 네트워크 선택, 가스 수수료 계산 등 복잡한 단계로 가득하다. 소액 송금조차 평균 사용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면 애플 페이처럼 전통 금융은 단 한 번의 터치로 결제를 끝낼 수 있다. 이 '간단함'의 기준을 암호화폐는 아직 넘지 못했다.

이런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념이 '인텐트 기반 아키텍처(intent-based architecture)'다. 사용자가 "이 커피에 5달러를 결제하고 싶다"고 말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거래 절차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인텐트(intent)'란 원하는 결과를 명시하면, 실행 단계를 자동화해주는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 사용자는 지갑 주소나 수수료는 물론 어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지도 알 필요 없다. 최소한의 입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는 셈이다.

이 아키텍처는 단순한 사용자 경험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거래 실행은 고속, 신뢰 최소화 인프라에서 처리되며, 알고리즘 시장 조성자나 지정된 거래자들이 이를 맡는다. 지갑 노출 없이 거래가 성사되며, 복잡한 체인 구조나 수수료 계산 없이 결과만 보여주는 '의도 중심' 접근법이다. 암호화폐는 더 이상 행동 기반이 아닌 '결과 기반' 생태계로 거듭난다.

기존 지갑 중심 모델의 한계도 극복된다. 패스키 기반 인증 시스템을 이용하면 페이스 ID나 터치 ID로 로그인만 하면 된다. 복잡한 시드 구문이나 프라이빗 키는 잊어도 된다. 여기에 인텐트 방식은 특정 체인에 얽매이지 않는 체인 불가지론적인 특성을 지닌다. 사용자는 지갑을 설치하거나 앱을 내려받을 필요 없이, 링크 하나로 거래를 완료할 수 있게 된다.

바이낸스처럼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중앙화 거래소가 시장을 장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인텐트 기반 인프라는 입금, 거래, 출금 흐름을 제공하면서 스마트계약 기반 자산 보관 및 정산이 가능하다. 이 때 사용자의 자산 증빙이 온체인으로 투명하게 제공되며, 확장 가능한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 초저가 수수료 구조로 거래 실용성이 확보된다.

이 기술적 틀은 디파이 시장 참가자뿐 아니라, 항공권 예약이나 음식 주문 등 웹2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에 가져오는 전환점이 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보조 도우미는 새 사용자 인터페이스 계층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50달러(약 6만 9,500원) 상당의 BTC를 내 동생에게 보내줘"라고 말하면, AI가 이를 파악하고 인텐트 방식으로 거래를 자동 중개하는 것이다. 이로써 사용자는 지갑을 열어 키를 확인하는 번거로움 없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말하기만' 하면 된다.

AI와 인텐트를 결합하면 자동화된 마이크로트랜잭션 생태계가 탄생한다. 지금까지 마이크로결제 모델이 실패한 주요 이유는 사용자가 매번 결제를 승인해야 하고, 이를 취소하는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수료나 환율을 실시간 최적화해 반복 결제를 대신 처리한다. 이에 따라 기존 정기구독 기반 서비스보다 단위 거래 중심의 서비스가 생존력 있게 재확산될 수 있다.

이는 전통 금융 인프라, 가령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와 같은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부·고속 마이크로트랜잭션 환경에서 블록체인이 진정한 경쟁력을 지니는 시점이다. 인텐트는 단순 결제뿐 아니라, 에스크로 방식 계약, 스트리밍 결제, 외환 거래 등 고차원 금융 구조를 지원하는 기반 기술로 진화할 수 있다.

결제는 인텐트의 첫 번째 응용 사례일 뿐이다. 복잡한 체인 간 자산 교환, 포트폴리오 관리, 가스 최적화 주문, 자동화된 수익 전략 실행 등 다양한 고급 기능도 가능하다. 이 기술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모든 사용자를 위한 미래형 암호화폐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를 의미한다.

암호화폐 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사용자 경험은 이제 다른 방향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인텐트 기반 설계는 프로토콜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로의 전환점이다. 이 생태계의 성공은 사용자가 기술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직관적인 방식으로 스며드는 데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