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자산운용사 해시덱스(Hashdex)가 약 1,470만 달러(약 21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BTC) 현물 ETF를 청산한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폐지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해시덱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자사 ‘해시덱스 비트코인 ETF(DEFI)’를 종료하고 자산을 현금화해 투자자에게 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ETF의 마지막 거래일은 8월 17일이며 이후 보유 중인 비트코인(BTC)을 순차 매각한다.
회사는 펀드의 ‘운용자산 규모’, ‘유동성’, ‘운영 비용’, ‘투자자 관심도’, 그리고 자사 상품 라인업 내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청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AI 열풍에 밀린 비트코인 ETF 수요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 위축의 배경에는 ‘AI 투자 쏠림’ 현상이 자리한다. 2024년 1월 승인 이후 초기에는 강한 자금 유입을 보였지만, 최근 3개월 연속 순유출이 이어졌다. 데이터 분석업체 소소밸류에 따르면 투자자 관심이 빠르게 식으면서 전체 ETF 흐름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K33리서치의 베틀 룬데(Vetle Lunde)는 “비트코인 보유의 ‘기회비용’이 높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대신 AI 관련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블랙록($BLK)의 ‘아이셰어즈 퓨처 AI & 테크 ETF’는 7월까지 39% 상승하며 약 36억 달러(약 5조 1,5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같은 기간 약 36% 하락했다.
“작고 늦었다”…경쟁력 부족도 영향
해시덱스 비트코인 ETF(DEFI)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상품이었다. 누적 순유입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비교 대상인 위즈덤트리의 BTCW는 약 1억 4,240만 달러(약 2,040억 원), 시장 최대 상품인 블랙록의 IBIT는 470억 8,000만 달러(약 67조 4,000억 원)를 운용 중이다.
출시 시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해시덱스는 2022년 비트코인 선물 ETF로 출발했지만, 현물 ETF 전환은 2024년 3월 말에야 이뤄졌다. 이는 블랙록 IBIT 출시보다 약 3개월 늦은 시점이다.
수수료 경쟁력도 부족했다. 당시 총보수 0.25%는 블랙록과 피델리티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모가 작은 ETF를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시장 전체는 성장…“ETF 시대 끝 아니다”
개별 상품의 실패와 달리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 전체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순자산은 약 776억 달러(약 111조 원), 누적 순유입은 515억 달러(약 73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자금은 소수 대형 상품에 집중되는 흐름이다. 블랙록 IBIT는 약 605억 달러의 자금을 흡수했고, 피델리티 FBTC도 약 99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그레이스케일 GBTC는 ETF 전환 이후 약 274억 7,0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해시덱스는 이번 청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는다. 현재도 ‘해시덱스 나스닥 크립토 인덱스 US ETF(NCIQ)’ 등 약 2억 달러(약 2,860억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이번 사례는 비트코인(BTC) ETF 시장이 ‘승자 독식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투자자 자금이 AI 등 성장 테마로 이동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