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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분석] 월가가 블록체인으로 들어온다…SEC 결정에 비트코인·솔라나 급등

SEC, 클래리티 법안 불발 땐 자체 규칙 낸다 / TokenPost.ai

미국의 암호화폐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흔들렸던 암호화폐 시장이 불과 며칠 만에 강하게 반등했다.

이번에는 비트코인 자체에 새로운 호재가 나온 것이 아니다. 시장을 움직인 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놓은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였다. 쉽게 말해 일정한 조건을 갖춘 플랫폼에서 미국 상장주식을 블록체인 위의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는 길을 제한적으로 열어준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은 장중 8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24시간 기준 약 6% 올랐고, 이더리움은 7% 안팎, 솔라나는 12% 넘게 뛰었다. 코인베이스 주가도 11% 이상 상승했다. 특히 솔라나와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관련 자산의 상승폭이 비트코인보다 컸다.

왜 시장은 SEC의 ‘주식 토큰화’ 결정에 이처럼 크게 반응했을까.

SEC가 사실상 ‘온체인 주식시장 실험’을 허용했다

SEC는 지난 17일 ‘토큰화 증권 거래소(Tokenized Securities Venue·TSV)’에 대해 일부 증권법상 등록 의무를 면제하는 명령을 발표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기존 미국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시장을 실제로 운영해 볼 수 있도록 규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SEC는 TSV가 허가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자동화마켓메이커(AMM)와 유동성 풀을 이용해 토큰화된 미국 주식을 거래할 경우, 일정한 조건 아래 기존 증권거래소 등록 규정에서 면제받도록 했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부 사업자에 대해서도 딜러 등록 면제를 제공한다. 이번 조치는 5년 동안 적용되는 임시 제도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 자본시장을 디지털 시대로 옮기기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 조치가 임시적인 다리 역할이며, 장기적으로는 보다 지속 가능한 규칙 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주식 토큰화’는 금융업계에서 수년째 이야기돼 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실제 주식을 온체인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은 규제 문제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번 결정의 의미는 토큰화가 단순한 기술 실험에서 규제 당국이 허용한 시장 실험으로 한 단계 이동했다는 데 있다.

아무 ‘토큰 주식’이나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SEC가 허용한 것은 단순히 애플이나 테슬라 주가를 따라가는 ‘코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토큰을 보유한 투자자가 기존 주주와 마찬가지로 배당과 의결권 등 실질적인 권리를 가져야 한다. 단순히 주가만 추종하는 합성형 토큰이나 파생상품 형태는 이번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애플 주식 1주를 토큰화했다면 그 토큰은 단순히 애플 주가를 따라 움직이는 상품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실제 주식이 가진 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에서도 SEC 조치는 기존 주식과 같은 주주 권리와 배당을 갖는 ‘네이티브 토큰화’를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해외에서 일부 제공되고 있는 파생상품형 토큰화 주식과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도 자신의 주식이 토큰화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 주식시장 전체가 당장 블록체인으로 이동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그런데 왜 솔라나·유니스왑까지 크게 올랐나

이번 발표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특히 주목한 단어는 AMM이다.

AMM은 유니스왑 같은 탈중앙화거래소에서 사용하는 핵심 기술이다. 전통적인 증권거래소가 매수·매도 주문을 쌓아 거래시키는 오더북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AMM은 스마트컨트랙트와 유동성 풀을 이용해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SEC는 이번 면제 제도를 AMM 기반 거래소에 한정했다.

이 때문에 시장은 단순히 “주식 토큰화가 허용됐다”가 아니라 “월가의 자산이 디파이 구조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생겼다”고 받아들였다.

솔라나, 이더리움뿐 아니라 유니스왑, 아비트럼, 스타크넷, NEAR 등 온체인 거래나 토큰화 인프라와 관련된 자산들이 급등한 이유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NEAR는 약 32%, 스타크넷 27%, 아비트럼 26%, 유니스왑은 20% 상승했다.

이 가운데 솔라나는 18일 하루 10% 넘게 오르며 약 7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고, 솔라나 기반 디파이 프로젝트들도 동반 상승했다.

주식이 블록체인으로 오면 ‘달러’도 따라온다

한 단계 더 생각해 볼 부분은 결제다.

주식을 온체인에서 거래한다면 돈도 온체인에서 움직여야 한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온체인 달러는 USDC나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이다. 토큰화 주식 시장이 커질수록 주식뿐 아니라 결제·청산·담보·수탁까지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이번 SEC 조치는 특정 코인 하나에 대한 규제 완화보다 의미가 크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가

코인 거래 → 실물자산 토큰화 → 자본시장 인프라

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SEC 위원 마크 우예다도 토큰화가 발행과 거래뿐 아니라 이전, 결제, 소유권 기록 등 자본시장 핵심 기능을 현대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월가가 디파이로 이동한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시장은 크게 반응했지만 이번 조치의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5년짜리 임시 면제다.

거래 규모에도 제한이 있다. SEC 명령에 따르면 일부 Tier 1 토큰화 주식의 경우 한 거래소에서 최대 75개 종목, 개별 종목의 전월 평균 일일 거래량의 0.25%까지만 거래할 수 있다. Tier 2에는 최대 250개 종목과 2.5%의 거래량 제한이 적용된다.

SEC도 이런 제한을 기존 시장과 토큰화 시장 사이에서 가격 괴리가 발생하거나 전통 증권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이 뉴욕증권거래소를 하루아침에 유니스왑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다.

작은 규모의 규제된 실험장을 만들어 실제로 돌려보겠다는 쪽에 가깝다.

클래리티 법안 실패 뒤 나온 SEC의 신호

이번 반등에는 시점도 중요하다.

불과 며칠 전 미 상원에서는 암호화폐 시장구조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클래리티 법안의 절차 표결이 실패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를 규제 불확실성이 다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SEC는 곧바로 현행법 안에서 가능한 범위의 규제 완화를 꺼냈다. 앳킨스 위원장 역시 클래리티 법안이 진전되지 못한 직후 SEC가 자체 권한으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CFTC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소프트웨어 제공자에 대해 중개업자 등록과 관련한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별도의 ‘노액션’ 입장을 발표했다.

시장 입장에서는 의회에서 법안이 막히더라도 미국 금융당국의 온체인 시장 제도화 작업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었다.

이번 반등에서 봐야 할 것은 비트코인보다 ‘시장 구조’다

물론 비트코인이 하루 6% 올랐다고 해서 이번 SEC 발표 하나가 모든 상승을 만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 현물 ETF로 자금이 다시 유입됐고, 클래리티 법안 무산과 금리 인상 등 앞서 시장을 압박했던 악재가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상승에서 눈에 띄는 것은 비트코인보다 솔라나와 디파이·토큰화 관련 자산의 상승폭이 훨씬 컸다는 점이다.

시장이 반응한 것은 단순한 ‘암호화폐 규제 완화’가 아니라 미국 주식이라는 거대한 전통자산이 블록체인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동안 암호화폐 업계는 비트코인 ETF 승인을 ‘월가가 암호화폐 안으로 들어온 사건’이라고 평가해왔다.

이번 토큰화 조치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일 수 있다.

이번에는 월가의 자산이 블록체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아직 규모는 작고 조건도 까다롭다. 하지만 시장이 이번 SEC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분명하다.

토큰화가 더 이상 ‘언젠가 올 미래’가 아니라, 미국 자본시장 안에서 실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는 단계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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