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는 연 3.75~4.00%가 됐다. 2023년 이후 첫 인상이다.
인상 폭만 보면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연준의 정책 방향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시장은 그동안 금리 인하가 잠시 멈추더라도 결국 다시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렸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와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강하고 금융 여건도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기가 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물가를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이다.
연준 위원 18명 가운데 12명은 올해 안에 한 차례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4명은 두 차례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준이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도 지난 6월 3.8%에서 4.1%로 높아졌다. 내년 말 전망치 역시 3.6%에서 4.1%로 크게 올라갔다.
금리가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빗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AI 열풍을 떠받친 저금리 기대
AI가 산업과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의 가능성과 기업의 적정 가치는 구분해야 한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맞았다. 문제는 기업들의 주가가 실제 성장 속도보다 지나치게 앞서갔다는 데 있었다. 인터넷 산업은 성장했지만, 높은 가격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실을 봤다.
현재 AI 시장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도 AI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이 앞으로 거둘 성과를 미리 반영해 주식을 사고 있다.
금리가 낮을 때는 이런 투자가 활발해진다.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먼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도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금리가 오르면 계산이 달라진다.
기업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신규 투자 비용도 높아진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현재 가치는 낮아진다.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의 수익률까지 올라가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고평가된 기술주를 살 이유도 줄어든다.
AI 산업이 계속 성장하더라도 관련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 AI 기술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시장이 기대한 만큼 빠르게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투자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는 것만으로도 주가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이 현재의 높은 주가를 모두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강해도 시장은 불안하다
이번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데 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2.3% 성장하고 실업률은 4.1%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3.7%로 예상했다. 연준의 목표인 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경제는 성장하고 고용시장도 안정돼 있지만 물가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다. 연준으로서는 금리를 서둘러 내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경제가 버티는 동안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환경이다.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경제가 강하고 물가까지 높으면 긴축이 길어질 수 있다. 기업 실적이 좋아도 금리 부담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는 고용과 소비가 강하다는 소식도 시장에 무조건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가 좋다는 신호인 동시에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도 금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암호화폐 시장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은 희소성과 탈중앙화라는 독자적인 투자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단기 가격은 여전히 글로벌 유동성과 밀접하게 움직인다. 금리가 내려가고 시장에 돈이 늘어나면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들어오기 쉽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실제 이용자와 수익 기반이 부족한 알트코인은 더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높은 예치 보상과 토큰 가격 상승에 의존해 이용자를 모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채만으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투자자가 위험한 토큰을 보유할 유인은 줄어든다. 프로젝트가 투자자를 붙잡기 위해 더 많은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면 유통량과 매도 압력이 커진다. 가격이 하락하면 이용자가 떠나고 사업 기반까지 약해질 수 있다.
상승장에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유망해 보인다. 시장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면 실제 사업과 단순한 기대감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제는 성장보다 수익을 봐야 한다
AI 시장이 곧바로 붕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주문과 매출을 확보하고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은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 반면 구체적인 실적 없이 장기적인 전망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이용자와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서비스, 실질적인 거래 수요를 가진 네트워크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토큰 보상과 시장 유동성에 의존해 성장한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시험을 받게 된다.
이제 투자자는 AI가 세상을 바꿀 것인지 묻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제 성장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도 토큰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때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 사용할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유동성 지원과 가격 상승 기대가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진짜 사업이다.
연준이 올린 금리는 0.25%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금리는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고, 올해 안에 추가로 오를 수도 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 높은 가격을 유지해 온 AI 주식과 암호화폐에는 새로운 환경이 시작됐다. 이제 시장은 기대보다 실적을, 이야기보다 현금흐름을 따질 것이다.
AI 열풍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무엇이 진짜 성장이고 무엇이 과도한 기대였는지 가려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데스크 토큰포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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