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산 저황 잔사유성 연료유가 미국 서부 해안 정유소로 향하고 있다. 54만 배럴 이상 규모의 아시아산 정제 원료가 태평양을 건너는 사례로, 중동 해상 운송 불안과 정제마진 강세가 맞물린 흐름이다.
오일프라이스(Oilprice)는 말레이시아산 LSSR 연료유 54만 배럴 이상을 실은 선박 ‘Solomon Sea’가 미국 서부 해안 정유소로 향하고 있으며, 이런 선적은 2023년 이후 처음이라고 14일 전했다. 도착 시점은 9월 초로 제시됐다.
LSSR 연료유는 저황 잔사유성 연료유를 뜻한다. 정유 공정에서 추가 처리 원료로 쓰일 수 있어 제품 공급이 빠듯하거나 정제마진이 높을 때 거래 관심이 커지는 품목이다.
이번 화물은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PRefChem 정제복합단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제시됐다. 공개 자료만으로 최종 하역지와 구매 정유소, 계약 조건은 특정되지 않았다.
PRefChem은 페트로나스(PETRONAS)와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가 세운 합작 정제·석유화학 단지다. 회사 소개 자료상 정제능력은 하루 30만 배럴이며 항공유, 휘발유, 디젤 등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이번 선적의 핵심은 원유 자체보다 정제 가능한 원료 확보에 있다. 미국 서부 해안은 캘리포니아 정유 설비 축소와 수입 의존 확대가 맞물린 지역으로, 제품 수급이 흔들릴 때 외부 공급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S&P글로벌(S&P Global)은 2025년 9월 자료에서 미국 서부 해안의 수송연료 자급도가 낮아지면서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공급자들이 수출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유사도 잉여 정제능력을 가진 공급자로 언급됐다.
정유 시장에서는 특정 지역의 설비 폐쇄가 곧바로 제품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운송 거리와 조달 비용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서부 해안처럼 대체 공급지가 제한된 시장에서는 아시아산 제품과 원료가 가격 조건에 따라 유입될 여지가 커진다.
중동 변수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로이터(Reuters)는 7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통행량이 두 달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선박은 공개 AIS 추적 장치를 끄고 운항해 실제 통행 규모 파악도 어려워졌다. 중동 긴장이 국제유가 변수로 작용한 흐름과 맞물려 정제제품 공급망도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정제마진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로이터는 7월 16일 미국 정유마진이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미국 휘발유 재고는 7월 10일 종료 주간에 150만 배럴 넘게 줄어 2억1050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5년 계절 평균보다 약 1400만 배럴 낮은 수준이다.
같은 시기 휘발유 크랙 스프레드는 배럴당 약 59달러, 디젤 크랙 스프레드는 배럴당 91달러를 넘었다. 크랙 스프레드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나 디젤 등 제품으로 팔 때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서부 해안에서 바이오연료가 석유계 증류유 소비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디젤과 바이오디젤은 경유를 대신할 수 있지만, 정유소 폐쇄와 제품별 수요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 지역 수급은 더 복잡해진다.
이번 말레이시아산 연료유 선적은 단일 거래를 넘어 미국 서부 해안이 아시아 공급망에 더 자주 기대는 구조를 보여준다. 선박은 9월 초 도착 예정으로 전해졌고, 실제 하역지와 구매자는 공개 운항·거래 자료에서 추가로 확인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