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채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한투자증권 연구진은 15일 보고서에서 현재 금리 수준에서 손절이나 추가 숏 포지션 구축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장기물 가격이 밸류에이션상 상대적 매력 구간에 들어서고 있으며, 한쪽으로 몰렸던 수급도 일부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다.
연합인포맥스는 15일 김찬희·고다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이 ‘장기물 약세 진단’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두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상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있는 구간에 들어서고 있고 수급적 쏠림이 부분적으로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장기채 약세의 첫 원인으로 보험사 관련 제도 변화를 꼽았다. 2023년 보험사에 새 회계·건전성 기준인 IFRS17과 K-ICS가 적용된 뒤 장기채에는 비정상적인 초과 수요가 붙었다.
IFRS17은 보험계약 부채를 현재 가치에 가깝게 평가하는 회계 기준이다. K-ICS는 보험사의 지급여력과 리스크를 따지는 건전성 기준으로, 장기 부채를 보유한 보험사에는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 관리가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장기 부채와 맞물리는 장기채 보유를 늘릴 유인이 컸다. 그러나 정부가 수급 왜곡을 감안해 지난해 말부터 최종관찰만기 연장 등 건전성 규제 도입 속도를 조절했고, 보험사의 듀레이션 갭 축소 노력도 이어졌다.
듀레이션 갭은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 만기 구조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신한투자증권은 주요 보험사의 듀레이션 갭이 ±1년 이내로 축소됐다고 봤다.
장기채를 더 사야 할 제도적 압력이 약해진 데다 시장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보험사의 장기채 매수 수요가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매수 기반이 줄어든 시장에서는 같은 매도 압력도 가격에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다.
펀더멘털과 대외 요인도 장기채 약세를 키웠다. 보고서는 반도체 중심의 성장 모멘텀이 강화되면서 긴축 경계가 이어졌고,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한 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만기가 긴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이다. 물가, 재정, 국채 발행, 해외 금리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장기물 금리에 반영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매수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격적인 숏 베팅이 더해지며 장기채 약세는 빨라졌다는 진단이다. 숏 포지션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로,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상승 전망과 맞물려 나타난다.
이 흐름은 국내 채권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기금리는 주식과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의 할인율에도 영향을 준다. 본지는 앞서 연준 소통 불확실성이 주식과 장기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자산운용사 평가를 전했다.
또 미국 장기 국채 수요 정체가 국채 입찰과 위험자산 가격에 미치는 압력도 다룬 바 있다. 국내 장기채 약세도 글로벌 장기금리와 기간 프리미엄 논쟁의 연장선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장기물 약세가 곧바로 강세 전환으로 바뀐다고 보지는 않았다. 김찬희 연구원은 구조적 요인과 펀더멘털 요인이 하반기 중 해소되기는 어렵지만, 매도에 집중됐던 수급 쏠림은 되돌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10년-30년 스프레드다. 보고서는 10년물과 30년물 금리 차가 적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공급 조절 의지도 심리 개선 요인으로 거론됐다.
김 연구원은 “3분기 말에서 4분기로 가면서 세수 여건에 따라 총 발행 규모가 축소되거나 장기물 발행 비중이 연간 계획 이하로 낮아진다면 공급 요인이 심리 개선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세 추세로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밸류에이션상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있는 구간에 들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장기채 약세가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다. 제도 변화, 보험사 수요 둔화, 대외 금리 상승, 숏 베팅이 겹친 뒤 현재 가격대에서 추가 매도 쪽으로 기우는 판단에는 실익이 줄었다는 평가다. 장기금리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에 미칠 영향은 향후 국채 발행 규모와 장기물 수급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