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18일 거래에서 5.234%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물가 재가열뿐 아니라 재정 적자, 인공지능(AI) 투자 관련 차입, 연방준비제도 정책 불확실성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마켓워치는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5.234%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CNBC는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6월부터 이어졌고, 30년물 금리가 6월 말 저점 이후 40bp 이상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번 상승은 단일 물가 지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 연준은 7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3.50~3.75%로 유지했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보다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3.5%, 근원 CPI는 2.6% 올랐다. 생산자물가(PPI)는 6월 기준 전년 대비 5.5% 상승했다. 물가 압력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장기금리는 단기 정책금리와 다르게 움직인다. 투자자는 만기가 긴 채권을 보유할수록 물가, 재정, 경기, 발행 물량 변화에 더 큰 보상을 요구한다. 이때 장기채 보유 대가로 붙는 추가 수익률이 기간프리미엄이다.
재정 부담도 금리 상승의 한 축으로 꼽힌다. 국채 공급이 늘면 투자자는 장기 채권을 떠안을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연준 6월 의사록은 10년물 수익률이 4월 회의 이후 약 20bp, 중동 충돌 시작 이후 약 50bp 올랐다고 적었다.
의사록은 미국 국채 보유자 구성이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으로 옮겨갈 경우 기간프리미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에 덜 민감한 공공 수요가 줄고 민간 투자자 비중이 커지면, 시장은 같은 채권에도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AI 투자 붐도 채권시장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는 2026년 6월까지 미국 회사채 발행이 1조5228억 달러(약 215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1% 늘었다고 집계했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은 2월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자금 조달이 장기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과 스왑 거래를 통해 장기금리와 기간프리미엄에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AI 관련 투자등급 채권 발행이 올해 3000억 달러(약 424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장기채 ETF 가격 하락과 AI 차입 부담은 본지에서도 앞서 다뤘다. 달라스 연은은 AI 관련 회사채 발행과 스왑 거래가 장기금리와 기간프리미엄에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빅테크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장기 자금을 조달한다.
주식시장은 장기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18일 거래에서 S&P 500과 나스닥이 하락했고,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이 주가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크립토 시장의 직접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배런스는 같은 날 비트코인(BTC)이 0.2% 내렸다고 보도했다. 금리 상승이 BTC 가격을 단독으로 움직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장기금리는 위험자산 전반의 할인율을 높이는 변수다.
에드 야르데니(Ed Yardeni) 야르데니리서치 대표는 CNBC에 이번 움직임을 경제 강세에 대한 “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금리 상승을 경기 자신감의 반영으로 읽는 해석이다.
반면 안슐 프라단(Anshul Pradhan) 바클레이스 전략가는 새 압력이 생긴 것이 아니라 기존 압력이 더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봤다. 재정 적자, 국채 공급, 회사채 발행, 연준 정책 경로가 동시에 장기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미국 장기금리는 달러 조달비용과 위험자산 할인율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쓰인다. 다만 국내 채권금리, 환율, 성장주와 크립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각 시장의 수급과 정책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음 기준점은 연준의 9월 정책 경로와 7월 이후 물가 지표, 미국 장기채 입찰 수요다. 장기금리 상승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 재정과 AI 차입이 결합한 구조적 압력으로 이어질지는 이 수치들이 가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