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가 데이터센터에 주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려면 전력망 비용, 물 사용, 주민 절차, 고용 요건을 개발사가 먼저 충족하도록 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 투자 유치를 이어가되 전기요금과 지역 부담이 주민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조시 샤피로(Josh Shapiro)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행정부는 5월 27일 데이터센터 책임 개발 기준인 GRID를 공개했다. GRID는 ‘Governor’s Responsible Infrastructure Development’의 약칭으로, 주정부 인허가 지원과 세제 혜택, 프로젝트 조율을 받으려는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부담 완화 △투명성 △일자리 △환경 보호 기준을 요구하는 틀이다.
핵심은 전력 비용의 귀속이다. HB 2650 법안 텍스트는 데이터센터가 청정·확정 전력 조달 비중을 2027년 1월 1일부터 10%, 2030년 1월 1일부터 14.5%, 2035년 1월 1일부터 32%로 단계적으로 높이도록 했다. 계통 연계, 송전, 배전,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비용도 프로젝트 수요에서 발생한 경우 개발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고용과 투자 조건도 함께 들어갔다. 법안은 GRID 인증을 받으려는 사업자에게 누적 신규 투자 2억5000만 달러(약 3535억원), 건설기 일자리 200개, 인증 4주년까지 주 평균임금의 125% 이상을 받는 일자리 50개를 요구한다. 4주년 이후에는 프로젝트 현장 상근직 보상으로 매년 150만 달러(약 21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주민 절차는 사전 협의와 공개회의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개발사는 영향을 받을 지방정부와 먼저 협의하고 주민 의견을 듣는 공개회의를 열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최종 사용자, 건물 면적, 부지 규모, 예상 최대 전력 수요, 연간 물 사용량, 물 공급원, 전력사용효율(PUE), 물사용효율(WUE)도 제출 대상이다.
이 기준은 아직 최종 법은 아니다. 펜실베이니아 의회 기록상 HB 2650은 6월 24일 하원에서 134대 68로 통과해 6월 25일 상원 재무위원회로 넘어갔다. 상원 심사가 끝나야 세제 혜택과 GRID 인증을 묶는 법제화가 마무리된다.
정책 배경에는 아마존($AMZN)의 대형 투자도 있다. 아마존은 펜실베이니아에 최소 200억 달러(약 28조2800억원)를 투자해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세일럼 타운십과 폴스 타운십이 첫 후보지로 제시됐다.
인허가 쟁점은 이미 현장에서 드러났다. 펜실베이니아 환경보호부는 폴스 타운십 아마존 데이터센터의 공기질 허가와 관련해 7월 지역 회의를 열었다. 아마존은 4월 신청서에서 천연가스 발전 엔진 280대와 디젤 비상발전 엔진 3대 설치 계획을 냈다.
해당 발전기는 주 전력 공급이 끊기거나 제한된 시험·정비 목적일 때 백업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라고 주정부는 설명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전력망뿐 아니라 공기질, 소음, 물 사용, 비상 발전 설비까지 지역 인허가의 쟁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펜실베이니아 주정부와 일부 노동·환경 단체는 GRID를 책임 있는 개발 기준으로 본다. 전력 자가부담, 청정에너지 연계, 주민 소통, 견습 프로그램, 물 사용 관리가 함께 들어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다.
반면 센터포콜필드저스티스(Center for Coalfield Justice)와 푸드앤워터워치(Food & Water Watch)는 기준이 자발적 성격에 기대고 있어 주민 보호에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펜실베이니아 상공회의소는 데이터센터 세제 인센티브를 뒤늦게 바꾸면 투자 예측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는 펜실베이니아만의 사안은 아니다. 본지는 앞서 미국 주정부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비 전가를 막기 위해 세제·공개·지역협약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과 뉴저지 등에서도 전기요금, 물 사용, 환경 영향을 둘러싼 정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본지는 아마존이 루이지애나 북서부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를 180억 달러로 늘렸다고 전한 바 있다. AI·클라우드 수요가 커질수록 지방정부는 투자 유치와 지역 비용 배분을 동시에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AP는 8월 18일 데이터센터 반발이 미국 주지사 선거 이슈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샤피로가 데이터센터를 빠른 인허가 대상에서 빼고 지역사회 동의의 무게를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다만 법적 효력의 중심은 현재 상원에 넘어간 HB 2650 심사에 남아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GRID 기준은 AI 인프라 유치 경쟁이 전력망과 지역사회 비용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비트코인(BTC) 채굴과 AI 데이터센터 모두 대규모 전력과 입지, 환경 허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HB 2650은 상원 재무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최종 법제화 여부가 정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