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영국 런던에 보관된 금 31톤, 약 40억 달러(약 5조6560억원) 규모 자산을 미국 재무부 계좌로 옮긴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사안은 금괴의 물리적 이동보다 제재 체계 안에서 주권 자산의 통제권이 어디에 놓이느냐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 UOL은 라몬 로페스(Ramón López) 베네수엘라 야권 전 의원이 베네비시온 인터뷰에서 해당 금이 미국 재무부 계좌에 예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페스 전 의원은 자금이 6월 지진 피해를 입은 주택, 학교, 보건시설 재건에 쓰이고 국제 감사와 투명성 통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8월 18일 기준 미국과 영국 정부, 영국은행은 이 이전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실제 금괴 이동인지, 회계상 계좌 이전인지, 법적 통제권 변경인지도 공개 자료만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영국은행에 보관해 온 금 보유분이다. 2026년 외신들은 런던 금고의 베네수엘라 금을 31톤 규모로 설명했다. 과거 영국 법원 문서에서 이 금의 가치는 2020년 약 19억5000만 달러(약 2조7573억원)로 언급됐고, 최근 보도에 등장한 40억 달러 안팎의 수치는 금값 상승을 반영한 현재형 추정치에 가깝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가 7월 13일 영국 찰스 3세 국왕에게 런던에 보관된 금의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6월 지진 이후 복구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영국 정부는 7월 2일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대응을 위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는 금 반환이나 미국 재무부 계좌 이전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6월 10일 베네수엘라산 광물, 특히 금 관련 거래를 다루는 일반허가 51B를 발표했다. OFAC의 관련 문서는 일부 대금이 외국정부예치금(Foreign Government Deposit Funds) 또는 재무부가 지시한 계좌로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을 담고 있다.
일반허가는 제재 대상 국가와 관련한 모든 거래를 허용하는 장치가 아니다. 특정 행위와 기간, 대상에 한해 제재상 금지된 거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문서도 베네수엘라산 광물 거래의 합법적 경로와 대금 흐름을 정리한 조치이지, 런던에 있는 베네수엘라 보유 금의 이전을 확인한 문서는 아니다.
미국 백악관은 1월 9일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익을 미국 재무부 계좌에 두는 구조를 설명한 바 있다. 이번 금 보도에서 ‘재무부 계좌’라는 표현이 등장한 배경에는 원유 수익 관리 구조와 금 보유분 이전 주장이 섞여 읽힐 가능성도 있다.
영국 내 법적 분쟁도 남아 있다. 영국 정부는 2021년 베네수엘라 금 접근권 분쟁에서 후안 과이도(Juan Guaidó)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 판단은 영국은행에 보관된 베네수엘라 금을 누가 움직일 수 있는지를 둘러싼 소송의 핵심이었다.
이후 베네수엘라 내부 정치 상황은 바뀌었지만, 영국 측 절차가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별도 문제로 남아 있다. 금의 소유권 자체보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을 대표해 지시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쟁점으로 남은 셈이다.
시장 관점에서는 금 자체보다 통제권이 더 큰 쟁점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조치는 원유와 광물 거래를 제한적으로 열어 두면서도 대금이 특정 계좌를 거치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이번 보도는 금 31톤의 물리적 이동 여부와 별개로 제재 체계 안에서 주권 자산을 누가 관리하느냐는 논쟁을 키웠다.
금 시장에 직접 연결된 가격 급변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중앙은행 금 보관, 제재, 지정학 리스크는 이미 귀금속 시장의 주요 변수로 다뤄져 왔다. 본지는 앞서 국제 금 가격과 지정학 리스크가 함께 부각된 흐름을 전했다.
이번 사안은 베네수엘라가 영국은행 보관 금 31톤 반환을 요구한 앞선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에도 쟁점은 금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영국 법적 판단과 자금 사용의 투명성 장치였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사안은 금 가격 방향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은행 준비자산이 어느 나라 금융 인프라에 보관되는지, 제재가 걸렸을 때 자금 흐름을 누가 통제하는지, 법적 대표권 분쟁이 자산 회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함께 드러난 사례다.
향후 절차는 미국과 영국 당국, 영국은행의 공식 설명과 영국 내 법적 정리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금 이전 집행 일정이나 계좌 이전 완료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