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1,400원선을 밑돈 뒤 1,380원대에서 추가 하락 여력을 살피고 있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미국 장기 국채 금리 하락이 겹치며 원화 강세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연합인포맥스는 20일 외환분석에서 달러-원 환율이 오전 6시 기준 전날 서울장 종가 1,397.70원보다 8.60원 내린 1,389.10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388.4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 -0.45원을 반영하면 서울장 종가보다 8.85원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날 한때 1,385.20원까지 내려갔다.
1,400원은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경계선으로 불리는 빅피겨다. 이 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최저권으로 내려온 환율 레벨에 적응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하락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놓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국내 설비 투자, 법인세 중간 예납, 주주환원 등으로 달러를 원화로 바꿀 필요가 있는 기업으로 거론됐다.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이 이어지고 역외 투자자도 달러-원 하락 쪽으로 움직이면서 환율 하단을 낮췄다. 네고는 수출기업이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외환시장에 내놓는 거래를 뜻한다.
국내 요인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미 재무부는 19일 만기가 10~30년 남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82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5640억원)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장기 국채 매입 확대 발표 뒤 미국 장기 금리가 내려가고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시장에서 되사는 조치다. 통상 유동성이 낮아진 특정 만기 구간의 거래 여건을 보완하거나 금리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연방준비제도가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의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연합인포맥스는 보도했다.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특별히 매파적인 대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CME 페드워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이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6.8%로 반영했다고 집계했다.
환율 하락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별도 변수다. 비트코인(BTC) 등 달러 표시 자산을 원화로 환산할 때 원화 강세는 같은 달러 가격의 원화 환산액을 낮추는 요인이다.
다만 가상자산 가격 자체는 환율 외에 미국 금리, 위험자산 선호, 현물 ETF 자금 흐름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본지는 앞서 달러-원 환율이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97.70원에 마감했다고 전했다.
최근 흐름은 1,420원 안팎에서 등락하던 달러-원이 1,410원대 초반을 지나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려온 과정이다. 앞서 본지는 달러-원 환율이 11일 1,420원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을 전한 바 있다.
당시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하단을 받치고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상단을 누르는 구도였다. 20일 시장은 같은 수출기업 매도 요인이 더 강하게 부각되며 1,400원 아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를 공개한다. 미국에서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8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제조업지수, 7월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