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달러-원 환율의 연내 하단을 1,350원으로 제시했다. 수출기업과 반도체 기업의 환전 수요가 달러 매도 우위 장세를 만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2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반기 수급 여건 개선 속에 하락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인포맥스는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오전 9시25분 기준 전장보다 7.60원 낮은 1,385.00원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하반기 중 수급 여건 개선 속에 하락을 시도할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이나 국내 투자를 위한 자금 집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환전 수요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흐름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환율은 최근 1,400원선을 예상보다 빨리 밑돌았다. 대신증권은 이 흐름이 원화 약세 기대를 약화시키고, 그동안 미뤄졌던 기업 달러 매도를 끌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보고서가 제시한 달러-원 환율 범위는 1,350~1,460원이다. 이 연구원은 “주요 심리적인 지지선인 1,400원을 예상보다 하향 돌파해 장기 추세를 이탈했다”면서 “당분간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도 주춤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 급락 폭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 속도는 완화하겠지만 달러 매도 우위 국면이 유지되면서 연내 전저점 1,350원까지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낙폭은 이미 커졌지만 수급 방향은 아직 달러 공급 쪽에 기울어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전망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미 확인된 매도 우위 흐름과 맞물린다. 달러-원 환율은 21일 오전 매도 우위 장세 속에 1,380원대로 내려섰고, 수출업체 네고물량과 외국계 커스터디 매도세가 하락 압력으로 거론됐다.
네고물량은 수출기업이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매도 물량이다. 커스터디 매도는 해외 투자자나 기관의 자산 보관 계좌를 통해 나오는 달러 매도 흐름을 뜻한다.
두 흐름은 모두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 공급이 늘면 같은 조건에서 달러-원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커진다.
대신증권은 가파른 하락 흐름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위기 직후를 제외하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기에는 대체로 10~15% 수준의 조정을 거쳤고, 이미 고점 대비 10%가량 내려 주요 기술적 지표들이 달러 과매도 영역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연기금과 개인의 해외 투자 수요는 여전히 환율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해외 주식과 해외 자산 투자가 늘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생겨 달러-원 환율 하단을 받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신증권은 지난해보다 정책적 안전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그간 연기금과 개인의 해외 투자 수요가 구조적인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적돼왔지만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등 정부의 정책적 대응으로 지난해에 비해 어느 정도 안전판이 생겼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입 추이도 지난해 대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거주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라는 큰 추세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절대적인 규모를 볼 때 지금처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환전에 나서는 국면에서는 이것이 지난해 하반기와 같이 외환 시장의 수급을 교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도 외환 수급의 관전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기존 계획대로 외환 시장의 신규 조달이 아니라 외환 보유고 운용 수익을 통해 조달될 것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