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에 들어선 뒤에도 추가 하락이 직선으로 이어지기보다 1,370~1,430원 범위에서 등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당분간 달러-원은 1,400원을 중심으로 상방 압력이 제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근 환율 하락을 이끈 국내 달러 공급 효과는 약해졌지만, 미국 지표 둔화와 글로벌 달러 흐름 변화가 환율 상단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 연구원은 지난달 원화 강세를 주도했던 수급 장세의 영향이 이달 들어 다소 약해졌다고 봤다. 단기 스와프레이트 급등이 되돌려지면서 달러 매도 압력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국인의 코스피 매도 폭이 축소되고 미국 상장 한국 및 메모리반도체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이어진 점은 원화에 우호적이지만, 8월 거래 및 변동 규모가 줄어든 만큼 주식 수급의 환율 하락 기여도 역시 낮아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스와프레이트는 현물환과 선물환 가격 차이를 반영하는 지표다. 단기 스와프레이트가 빠르게 오르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자금 수급과 선물환 포지션 변화가 함께 반영될 수 있다.
국내 수급 효과가 약해졌다고 해서 환율 반등이 바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았다. 최 연구원은 “최근 환율의 중심 동력이 국내 달러 공급에서 연준 통화정책 기대와 글로벌 달러 흐름으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고용과 물가, 소비지표가 둔화하면서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를 전제로 쌓였던 포지션이 되돌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미국 지표들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도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진 점 역시 달러-원 상방 압력을 덜어내는 요소로 꼽혔다.
국채 바이백은 재무부가 이미 발행된 국채를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조치다. 통상 유동성이 떨어진 구간의 거래 여건을 보완하고 장기금리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는 엔화 약세 흐름을 진정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엔화 약세가 둔화하면 달러 강세 압력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변동성은 남아 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배당금 역송금, 잭슨홀 심포지엄, 미국 고용보고서의 연례 벤치마크 예비 수정이 환율 변동 폭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 배당금 역송금은 외국인 주주가 원화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로 보내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해외 투자자금 유입은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흐름은 1,42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달러-원이 1,410원대 초반을 거쳐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려온 과정이다. 본지는 앞서 달러-원이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92.60원에 마감해 이틀째 1,390원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달러-원 환율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참고 지표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원화 표시 가격을 해석할 때 함께 보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격이 같아도 환율이 내려가면 단순 환산한 원화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국내 거래소의 원화 가격은 환율뿐 아니라 거래소별 수급과 거래 환경도 함께 반영한다.
최 연구원은 “7월과 같은 강한 달러 공급 우위는 약해졌지만, 미국 지표 둔화와 연준 인상 베팅 후퇴, 국채금리 상승 제한, 엔화 약세 진정 등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되 상승할수록 달러 매도 압력이 강해지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