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이 AI 에이전트가 자금을 보유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한 ‘에이전트 뱅킹(Agentic Banking)’ 베타를 공개했다. 단순 지갑이 아니라 신원 확인, 지출 정책, 정산, 감사 기록을 계정 단위로 묶은 금융 인프라를 내세웠다.
앵커리지는 21일 공식 발표에서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와 협력해 구글의 AI 인프라와 자사의 규제형 금융 레일을 연결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에이전트가 기관을 대신해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 기업 지출 정책, KYA(Know Your Agent) 신원 기준, 실시간 준법 통제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 뱅킹 페이지에는 서비스가 ‘베타’로 표시돼 있다. 앵커리지는 AI 에이전트를 검증된 사람, 팀, 기업과 연결하고, 거래 한도와 상대방 승인 규칙을 설정하며, 모든 행위를 로그로 남기는 구조를 제시했다.
정산 수단은 스테이블코인, ACH와 전신송금 등 법정화폐 레일, 토큰화 카드로 제시됐다. 이는 단일 암호화폐 지갑이 아니라 은행 계좌와 결제망, 디지털자산 레일을 함께 쓰는 구조에 가깝다.
이 구상은 AI가 결제 API를 호출하는 단계를 넘어 계정 안에서 돈을 받고 쓰는 구조를 겨냥한다. 앵커리지는 기존 결제망에서 기계 주도 거래가 사기 의심 거래로 걸리거나 승인·분쟁 처리 절차와 충돌할 수 있다고 봤다.
KYA는 기존 고객확인제도(KYC)를 AI 에이전트에 맞춰 확장한 개념이다. 에이전트가 누구를 대표하는지, 어떤 권한으로 거래하는지, 어디까지 지출할 수 있는지를 금융 계층 안에서 사전에 묶겠다는 의미다.
네이선 매콜리(Nathan McCauley) 앵커리지 디지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더블록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에는 결제 수단만이 아니라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트가 돈을 받고, 쓰고, 다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에이전트 결제를 단일 암호화폐 지갑의 문제가 아니라 현금, 카드, 암호화폐 레일을 모두 아우르는 계좌형 구조로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율적으로 결제하는 소프트웨어가 늘어날수록 결제 권한과 책임 귀속을 어떻게 남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앵커리지는 미국 첫 연방 인가 디지털자산 은행을 보유한 회사라고 소개한다. 회사의 기존 사업은 수탁, 거래, 스테이킹, 스테이블코인 발행, 결제 인프라에 걸쳐 있다.
본지도 앞서 웨스턴유니온(Western Union)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PT 구조에서 앵커리지디지털뱅크가 발행과 상환을 맡는 방식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USDPT는 솔라나(SOL) 블록체인에서 발행되고, 은행 예금과 미국 국채, 유사 현금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두는 구조로 소개됐다.
AI 에이전트 결제 인프라와 지갑을 둘러싼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앞서 BNB 체인이 개발자용 도구에서 AI 에이전트용 지갑 선택지를 넓힌 흐름을 전했다.
앵커리지의 접근은 비수탁형 지갑보다 규제형 계정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출 한도, 승인 규칙, 감사 로그를 계정 단위로 붙여 기관 고객이 내부 통제와 외부 결제망을 함께 관리하도록 하려는 설계다.
다만 베타 단계인 만큼 실제 상용 범위는 아직 제한적으로 보인다. 공개된 자료에는 상용 고객 수, 거래량, 수수료 구조, 정식 출시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계좌의 법적 구조와 책임 귀속, 환불·분쟁 처리 방식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새 토큰 출시보다 AI 에이전트가 자금을 다룰 때 필요한 신원, 정책, 정산, 감사 체계를 규제형 금융 인프라 안에 넣는 시도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