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연 7.5% 안팎까지 오르면서, 기준금리 수준보다 시장금리와 대출 규제 환경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국면이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77∼7.49%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상단이 최근 며칠째 7.5% 선을 오르내리는 모습인데, 이는 월말 기준 시계열이 확인되는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23년 1월 13일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올리며 당시 금리 인상 국면을 마무리했을 때 5대 은행의 같은 대출 금리가 연 4.63∼6.9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기준금리가 그때보다 0.75%포인트 낮은데도 대출 고정금리는 오히려 더 높아진 셈이다.
이처럼 기준금리보다 고정금리가 더 가파르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시장의 선반영 효과가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4.428%로, 2023년 1월 13일의 4.133%보다 0.30%포인트가량 높았다. 기준금리는 과거보다 낮지만, 채권시장은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은행은 현재의 기준금리만 보고 고정형 대출금리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자금조달 비용까지 미리 반영해 금리를 매긴다. 다만 반대로 보면, 향후 기준금리가 몇 차례 더 인상되더라도 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을 반영했다면 고정금리가 같은 속도로 계속 치솟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차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변동금리 대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17∼6.58%로, 2023년 1월 13일의 연 4.78∼7.41%보다 낮았다. 코픽스는 은행의 예금 등 실제 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지표인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년 6개월 전 4.34%에서 최근 3.05%로 1%포인트 이상 낮아진 영향이 컸다. 즉 고정금리는 채권시장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변동금리는 은행의 예금 조달 구조를 더 많이 반영하면서 지금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도 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당국에 제출한 올해 연간 증가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상황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낮춰 신규 차주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이유가 크지 않다. 특정 은행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총량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높은 시장금리를 대출 금리에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산금리도 충분히 낮추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은행의 이달 1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가산금리는 1.11∼2.31%포인트로, 2023년 1월 13일 당시의 1.02∼1.82%포인트보다 높았다.
결국 지금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시장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고 있고, 은행은 대출 총량 규제를 의식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크게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는 기준금리 자체보다 채권시장 흐름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대출금리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