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2026년 7월 한 달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9개월 만의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 달러 공급이 늘어난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가 줄어든 점이 환율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4.0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 1,549.4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25.4원 떨어진 것으로, 월간 하락 폭으로는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크다. 원화가 달러 대비 강해졌다는 뜻인 절상률도 7월 한 달 8.81%를 기록해 역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환율은 7월 1일 장중 1,559.2원까지 올랐다가 곧바로 방향을 바꿔 대부분의 거래일에서 내림세를 이어갔고,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1,418.0원까지 내려가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 흐름의 중심에는 달러 수급 개선이 있다. 그동안 원화 약세를 키운 요인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자주 거론됐는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발행 관련 자금과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리밸런싱 영향이 약해졌고, 한국과 미국,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가 더해지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특히 7월 마지막 주 환율이 42.6원 내린 것은 2022년 11월 둘째 주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 폭이다.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자 개인들은 오히려 달러를 싸게 사들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서 지난달 개인이 원화를 달러로 바꾼 금액은 모두 2억8천500만달러로, 6월보다 약 74%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08억3천300만달러로 전월보다 57억8천900만달러 증가했다. 달러예금은 환율이 낮아졌을 때 달러를 사서 보관하려는 수요가 늘면 잔액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저가 매수 심리가 뚜렷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연말에는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환율이 그동안의 원화 저평가를 상당 부분 되돌린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경제의 기초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가 더 좁혀지면 환율 저점이 1,380원 안팎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 증시 대형 기업공개에 따른 달러 수요 확대,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재확대 같은 변수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달러 수급과 한미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1,400원 선을 두고 등락이 이어지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