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3.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에는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최근 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에너지를 뺀 나머지 생활물가가 얼마나 오를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 시나리오 기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다. 소비자물가는 가계가 실제로 많이 쓰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최근에는 외부 충격으로 오른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국내 생활밀착 품목의 가격 흐름도 함께 살펴봐야 하는 국면이라는 의미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기상 악화로 공급 여건이 나빠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집세 물가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세 공급 부족에 더해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강화가 겹치면서 주거비 부담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서비스 물가 역시 지난해 통신요금 한시적 감면에 따른 기저효과로 상반기보다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기저효과는 작년 가격이 일시적으로 낮았던 탓에 올해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반면 공업제품 물가는 상승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커지면 원재료와 운송 비용이 밀려 오르면서 가격 압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짚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개인서비스 물가는 상반기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가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은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동 리스크 재확산, 슈퍼 엘니뇨 발생, 부동산 시장 불안,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전가가 현실화하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농축수산물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 2.5%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국제유가 변동성이 계속되는 만큼 주요 품목별 물가 관리 체계를 더 촘촘히 운영하고 민생과 경기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에너지 가격보다 먹거리·주거비·공공서비스 같은 생활밀착 물가가 체감 물가를 좌우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