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놓고 협상 진전을 보였다는 소식에 4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동 지역의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그동안 유가에 붙어 있던 지정학적 불안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아이시이 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9.36달러로 전장보다 5.3%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75.77달러로 5.7% 내렸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는 하루 전에도 각각 4.7%, 5.1% 하락한 바 있어, 시장이 이틀 연속 중동 긴장 완화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 셈이다.
시장의 시선을 끈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외교 움직임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길목이어서, 이곳의 통항 불안은 곧바로 국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연결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핵화와 관련한 장기 협상과는 별도로, 더 많은 선박이 안전하게 해협을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오만과 이란 사이의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에 진전이 있었지만 최종 합의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도, 조만간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층 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이르면 이날이나 다음 날 중 해협 개방과 분쟁의 정상화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되는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외무부의 마제드 빈 모하메드 알안사리 대변인도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재자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양측이 공개 충돌보다 관리 가능한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협상 진전이 확인될수록 공급 차질 가능성을 반영한 가격 거품이 더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레이딩 업체 엑스에스닷컴의 사이먼피터 마사브니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의미 있는 단계로 나아가면, 시장은 원유 공급 불안 가능성을 더 낮게 평가하게 되고 유가에 포함된 지정학적 위험 할증도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합의가 실제로 확인되거나 반대로 공격이 크게 확대되는 뚜렷한 사건이 나오기 전까지 브렌트유가 배럴당 80~90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외교 협상의 실제 성과와 중동 정세의 안정 여부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