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반등했음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좀처럼 동조하지 못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협상 개시 선언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며 나스닥과 S&P500이 상승했지만, 비트코인(BTC)은 6만2000달러대에서 제한된 움직임에 머물렀다.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흐름이 하루 만에 4억9850만 달러 규모로 반전된 데다, 이번 주 공개될 연방준비제도 H.4.1 보고서를 앞두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다시 부상하면서 투자심리는 여전히 ‘공포’ 구간에 머물고 있다.
증시 상승에도 비트코인 약세…거래대금도 연중 저점권
8월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상승하는 동안 암호화폐 시장은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BTC)은 6만3497달러에서 출발한 뒤 장중 6만2643달러까지 밀렸고, 국내 업비트에서는 한때 8900만1000원까지 하락하며 9000만 원선이 일시적으로 붕괴됐다. 같은 기간 업비트 24시간 거래대금은 약 844억 원에 그쳐 개인 투자자의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더리움(ETH)은 1.16% 하락한 1858.48달러, 리플(XRP)은 0.87% 내린 1.0750달러, 솔라나(SOL)는 0.15% 밀린 73.47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2600억 달러, 24시간 거래량은 559억 달러,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56.4%로 집계됐다. 공포·탐욕 지수는 28로 ‘공포’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증시와 암호화폐의 ‘탈동조화’ 현상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험자산 선호가 주식시장으로는 유입되고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별도의 악재와 유동성 불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는 최근 거래대금 감소와 기관 자금의 선별적 이동이 겹치면서 단순한 지수 반등만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짚었다.
비트코인 ETF 하루 만에 급반전…기관 수요 회복 기대에 제동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흐름이다. 전날 2억3310만 달러가 순유입됐던 비트코인 ETF는 하루 만에 2억6540만 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방향성이 24시간 만에 4억9850만 달러 규모로 뒤집힌 셈이다. 블랙록의 IBIT에서 1억2270만 달러, 피델리티 FBTC에서 5480만 달러, 그레이스케일 GBTC에서 5260만 달러가 각각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7월 말 주간 순유출도 6153만 달러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이는 ‘기관 수요 회복’ 기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물 ETF는 미국 기관투자가의 비트코인 노출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되는데, 최근 흐름은 현 가격대에서 추가 매수 유인이 강하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단기적으로 비트코인(BTC)의 핵심 지지 구간은 6만1000~6만2000달러, 저항 구간은 6만5000~6만6000달러로 제시된다.
엔화 개입 변수까지 부각…연준 H.4.1 보고서 촉각
거시 변수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번 주 공개될 연준의 H.4.1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대차대조표와 외국 중앙은행 환매조건부채권 내역을 담고 있어, 일본이 엔화 방어 개입 과정에서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했는지 확인할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과정이 확인될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만약 엔화 강세가 심화되면 차입 비용이 올라가고, 투자자들은 손실 방지를 위해 보유 자산을 대거 매도할 수 있다. 이런 청산 압력은 주식뿐 아니라 비트코인(BTC) 같은 위험자산 전반에 연쇄 매도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아서 헤이즈 등 시장 참여자들도 이번 보고서를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외부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부진 속 이더리움으로 향하는 기관 자금
반면 기관 자금의 시선은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ETH)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BSTBL과 BRSRV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현금, 단기 미국 국채, 초단기 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해 원금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금융상품의 준비자산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는 이더리움이 제도권 금융의 온체인 인프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된다.
여기에 유럽 대형 은행이 비트코인 ETF 비중을 줄이는 대신 스테이킹 이더리움 ETF 비중을 세 배로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적자를 기록 중인 일부 채굴·투자 기업마저 이더리움 매집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1860달러 안팎에서 정체돼 있지만, 기관들은 단기 가격보다 이더리움(ETH)의 결제·토큰화·스테이킹 인프라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1900달러 안착 여부를 1차 관문으로, 이를 돌파할 경우 1920달러를 넘어 2000달러 재도전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XRP·솔라나, 온체인과 가격의 괴리 심화
알트코인 시장에서는 생태계 지표와 가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리플(XRP)의 기반 네트워크인 XRP 레저(XRPL)는 최근 30일 실물연계자산(RWA) 전송량이 5억8150만 달러에서 1815만 달러로 급감하며 한 달 새 96.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네트워크 활동도 13% 감소했다. 보유자 수는 23% 늘었지만, 실제 자산 이동과 사용량은 급격히 위축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XRP 가격 약세를 설명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ETF 누적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실사용 지표가 뒷받침되지 않는 데다, 매월 풀리는 에스크로 물량과 1.48달러 부근의 대규모 매도 대기 물량이 상단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단기적으로는 1.066달러 지지선 유지 여부가 중요 변수로 제시된다.
솔라나(SOL) 역시 비슷한 딜레마에 놓여 있다. 디파이 총예치금(TVL)은 사상 최대 수준이지만 가격은 73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생태계 성장과 토큰 가격 반등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솔라나가 80달러를 회복해야 추세 반전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책 이벤트와 유동성 점검이 이번 주 시장 좌우
이번 주 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미국 상원의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표결 여부다. 법안이 통과되면 디지털 자산의 규제 틀이 보다 명확해지면서 기관과 기업의 시장 참여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법안의 실제 처리 가능성과 세부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증시 반등이라는 호재보다 ETF 자금 유출, 엔화 변수, 생태계 내 실사용 둔화 같은 복합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BTC)은 기관 매수 재개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 박스권 하단 테스트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이더리움(ETH)은 토큰화 금융과 스테이킹 수요를 기반으로 상대적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는 지금과 같은 관망 구간에서는 ‘실사용’과 ‘자금 흐름’을 함께 보지 않으면 가격 신호를 오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은 이번 주 연준 보고서와 정책 일정, 그리고 ETF 자금 흐름이 다시 안정되는지를 중심으로 다음 방향을 가늠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