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니콘 44%가 이민자 창업…글로벌 DNA가 만든 성공 신화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에 선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기업들이 사실상 이민자들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벤처캐피탈 이니셔티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유니콘 창업자의 44%가 미국 이외의 국적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의 혁신이 본질적으로 ‘글로벌 DNA’를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총 500개의 미국 유니콘과 이를 창업한 1,078명의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분석은 세계 각국 출신 창업자들의 활동 범위와 그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인도 출신 창업자가 9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이스라엘(52명), 캐나다(42명),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자리했다. 심지어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 등 비교적 스타트업 확산 속도가 느린 지역에서도 창업자가 다수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창업자의 영향력은 숫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원래 본국에서 창업한 후 미국으로 이전해 유니콘이 된 사례도 88곳에 달하며, 이는 전체 미국 유니콘의 약 8%에 해당한다. 특히 이스라엘 출신 스타트업이 미국에 진출했을 경우, 본국에 남았을 때보다 유니콘이 될 확률이 9배나 높다는 분석도 포함돼 있다. 인도와 영국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는데, 이들의 유입은 실리콘밸리에 국한되지 않고 뉴욕, 텍사스, 매사추세츠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용 측면에서도 이민자 및 해외 출신 유니콘 창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유니콘 191곳의 고용현황을 살펴본 결과, 전체 직원의 38%만이 캘리포니아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타 지역 및 해외에 분포돼 있었다. 특히 인도는 전 세계 인력 구성 비중이 가장 높은 해외 국가로 확인됐고, 필리핀, 아르헨티나, 칠레도 눈에 띄게 등장했다.

한편, 인구 대비 유니콘 창업자 비율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이 월등히 높은 ‘유니콘 생산성’을 보였고, 뉴질랜드와 벨기에가 그 뒤를 이었다. 인도가 절대적인 수에서는 앞섰지만, 이민자 10만 명당 유니콘 창업자 수로는 2.5명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은 낮은 편이었다. 이는 각 이민 집단의 교육 수준, 창업환경, 네트워크 조건 등에 따라 기업화 성공률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를 이끈 일야 스트레불라예프 교수는 “미국 유니콘의 성공 배경을 들여다보면 ‘어디에서 왔는가’보다 ‘어떤 다양성을 가져왔는가’가 핵심”이라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가진 창업자들이 미국의 창업 생태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출신국에 관계없이 재능 있는 인재들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정책이 유지되어야 스타트업 경쟁력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유니콘 성공 사례는 결국 국경을 넘어 모인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와 사람들 간의 융합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민자 창업자들의 기여는 미국 혁신의 엔진이자, 앞으로 새로운 창업 붐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