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의 인공지능(AI) 컴퓨팅 능력을 평가해 첨단 칩 판매 기준을 매년 조정하고 클라우드를 통한 우회 접근까지 통제하는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존 물레나르(John Moolenaar) 미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은 2025년 8월 26일 미 상무부에 ‘순환형 기술 기준(rolling technical threshold·RTT)’ 도입을 제안했다. 중국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칩보다 소폭 높은 성능까지만 미국산 AI 칩 수출을 허용하고, 중국의 전체 AI 컴퓨팅 능력을 미국의 10% 수준으로 제한하자는 구상이다.
순환형 기술 기준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 변화에 맞춰 수출 허용선을 계속 조정하는 방식이다. 특정 제품을 고정적으로 금지하는 방식과 달리 중국산 칩의 성능 향상에 따라 미국산 칩의 허용 기준도 달라진다.
◇ 성능 기준부터 해외 자회사까지 통제
물레나르 위원장이 발의한 스케일 법안(SCALE Act·H.R.8306)은 4월 15일 하원에 제출됐다. 법안은 미 상무부와 국가정보국(DNI)이 중국의 AI 하드웨어 능력을 평가하도록 요구한다.
스케일 법안은 8월 10일 현재 하원에 제출된 상태다. 법안은 평가 결과를 반영한 판매 기준을 매년 마련하도록 요구한다.
상원에는 세이프 칩스 법안(SAFE Chips Act·S.3374)이 별도로 계류돼 있다. 2025년 12월 4일 제출된 이 법안은 첨단 집적회로의 적성국 수출·재수출·국내 이전 허가를 30개월 동안 금지하는 틀을 담고 있다.
세이프 칩스 법안은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에 회부된 뒤 8월 10일 현재 ‘제출(introduced)’ 단계에 머물러 있다. 두 법안 모두 의회를 통과하지 않아 현재 시행 중인 법률은 아니다.
행정부는 입법과 별도로 수출 허가 심사를 조정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월 13일 엔비디아($NVDA) H200과 AMD($AMD) MI325X 등 고성능 칩의 중국 수출 허가 신청을 건별로 심사한다고 밝혔다.
신청 기업은 수출로 인해 미국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이 줄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중국 구매자의 수출통제 준수 절차와 제3자의 성능·보안 검증도 심사 대상이다.
통제 범위는 5월 말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로 확대됐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중국 기업이 해외 법인을 통해 맞춤형 첨단 AI 칩을 주문하는 우회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같은 위탁생산 업체에 적용되는 규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클라우드 접근도 규제 대상
조시 고트하이머(Josh Gottheimer) 미 하원의원과 물레나르 위원장은 6월 26일 클라우드 보안 법안(Cloud Security Act)을 발의했다. 중국을 비롯한 적성국이 제한된 AI 칩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미국 클라우드 제공업체에서 연산 능력을 빌리는 방식을 통제하려는 법안이다.
하드웨어 수출통제가 클라우드 접근으로 확대되면 규제의 초점도 칩의 최종 구매자에서 실제 연산 이용자로 넓어진다. 칩 판매와 위탁생산, 데이터센터 운영을 잇는 계약 단계마다 이용 주체를 확인해야 해 관련 기업의 규제 준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품목별 통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왔다. 르네 하스(Rene Haas) Arm 최고경영자(CEO)는 6월 2일 “AI용 중앙처리장치(CPU)의 중국 수출을 일괄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PU는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용도를 구분하고 성능 기준을 설정하기 까다롭다는 취지다.
중국 상무부는 6월 5일 미국의 수출통제가 세계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반발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3월 24일 공개한 분석에서 2022년 이후 미국과 동맹국의 수출통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추진을 가속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규제 강화는 중국에서 국산 GPU와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 도입을 앞당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본지는 앞서 중국 고급 AI 칩 시장의 공급 비중이 미국의 통제 집행과 중국 당국의 승인, 웨이퍼·고대역폭메모리 조달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스케일 법안과 세이프 칩스 법안, 클라우드 보안 법안은 모두 법제화 전 단계다. 미국의 대중 AI 칩 통제는 당분간 산업안보국의 건별 허가 심사와 의회의 법안 처리라는 두 경로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