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간 정책 이견을 ‘엇박자’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공개 토론과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 부처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논쟁해야 현장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11일 세종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정부 부처 간 정책 이견을 둘러싼 비판을 언급하며 “각료들이 다투어야 국민들이 다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연합인포맥스가 전했다.
최근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놓고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은 사례가 논의의 배경이 됐다. 산업부 장관은 예외 적용의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노동부 장관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 대통령은 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의견이 외부에 발표됐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는 행정 운영의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각 부처의 내부 의견을 다 조율한 다음 확정된 의견만 내는 것이 과거 지적받았던 밀실 행정”이라며 “개방되고 투명한 행정을 하게 되면 초기 논의 단계부터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국민이 갑론을박하며 조정해 가는 과정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말했다.
부처를 별도로 둔 이유도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의 입장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부처별 견해가 다르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견이 생겼을 때 적용할 조정 절차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이 먼저 조정하고, 해결하기 어려우면 국무총리가 나서며, 그래도 합의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정부가 일부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한 비판도 반박했다. 정부가 안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 의견을 듣고 반론을 반영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일단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는 것이 일관성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책의 일관성을 최초 발표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정책은 이견이 있기 때문에 정책인 것”이라며 “이견이 없는 것은 진리라고 하지 정책이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혼선이 아니라 공개적인 의견 조정이라는 인식이다.
각료들의 서로 다른 경력과 이해관계도 공개 토론의 근거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부 장관과 기업 임원 출신의 산업부 장관을 임명한 것도 그런 취지”라며 “당연히 논쟁을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산업부가 기업의 입장을, 노동부가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치열하게 논쟁해야 현장에서 갈등이 줄어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책 형성 단계에서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충분히 드러나야 최종 조정안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발언은 같은 날 이 대통령이 반도체·AI 데이터센터·물리적 AI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절차 단축과 전 부처 협업을 지시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대형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행정 절차뿐 아니라 산업계와 노동계, 관계 부처의 입장을 조율하는 작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여부와 세제 개편안의 수정 범위는 아직 조정 대상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안을 낼 때부터 변경의 여지를 두고 국민 의견을 반영하며, 부처 간 이견은 국무조정실과 총리, 대통령의 순서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