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개 주 법무장관이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에스크로 계좌 이자 지급 의무를 둘러싼 미국 통화감독청(OCC) 규칙 무효화 소송을 냈다. 연방 규제가 주 소비자 보호법을 어디까지 밀어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소송은 한국시간 12일 오리건 연방법원에 제기됐다. CNBC는 이번 소송에서 OCC와 조너선 굴드(Jonathan Gould) 통화감독관이 피고로 적시됐다고 전했다.
OCC는 5월 15일 ‘Real Estate Lending Escrow Accounts’와 ‘Preemption Determination: State Interest-on-Escrow Laws’ 두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두 규칙은 6월 18일 발효됐다.
OCC는 이 규칙에서 전국은행과 연방저축협회가 모기지 에스크로 계좌의 조건, 이자 지급 여부, 관련 수수료를 사업 판단으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법이 은행에 에스크로 이자 지급을 요구하더라도 연방 은행법이 우선한다는 취지다.
모기지 에스크로 계좌는 차입자가 매달 내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중 재산세와 주택보험료 등을 따로 적립하는 장치다. 세금과 보험료처럼 한꺼번에 나가는 비용을 월별 납부 구조 안에 넣어 관리한다.
쟁점은 연방법 15 U.S.C. §1639d(g)(3)의 해석과도 맞닿아 있다. 이 조항은 일정한 경우 적용 가능한 주법이나 연방법이 정한 방식으로 에스크로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어, 주법상 소비자 보호와 OCC의 연방 선점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OCC는 뉴욕의 에스크로 이자 법과 실질적으로 같은 13개 주·준주의 법이 연방법에 의해 선점된다고 판단했다. CNBC도 14개 주와 미국 준주가 에스크로 이자 지급을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이 판단이 유지되면 일부 주택담보대출 차입자는 주법이 보장하던 에스크로 이자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적용 범위는 은행의 인가 형태, 영업 주, 일부 주의 이른바 ‘wild card’ 조항에 따라 달라진다.
주정부와 소비자 진영은 OCC가 권한을 넘었다고 주장한다. 롭 본타(Rob Bonta)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1월 30일 공개 성명에서 23개 주 법무장관 연합이 OCC의 제안 규칙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실은 이 규칙이 주 소비자 보호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은행감독관 회의(CSBS)와 전국주의회회의(NCSL)도 OCC의 선점 판단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은행권은 반대로 규제 명확성을 앞세웠다. 은행정책연구소(BPI)는 2월 17일 글에서 에스크로 이자 의무가 소비자에게 평균적으로 이익을 주지 않고, 초기 대출 비용과 대출 승인 가능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행협회(ABA)와 미국상공회의소도 OCC 제안이 은행의 사업 판단을 보호한다고 옹호했다. 은행권은 주별 규제가 엇갈리면 전국 단위 대출 상품 운영과 비용 산정이 복잡해진다고 본다.
법리의 배경에는 2차순회항소법원의 5월 5일 판단이 있다. 법원은 뉴욕의 2% 에스크로 이자 의무가 연방 은행법에 의해 선점된다고 다시 판단했다.
앞서 미국 대법원은 2024년 캔테로 사건에서 더 정교한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항소법원은 그 기준을 적용한 뒤 같은 결론을 냈고, 이번 소송은 그 판단과 도드-프랭크법 이후 선점 기준을 다시 시험하는 성격을 띤다.
한국 크립토 투자자에게는 주택금융 자체보다 거시 변수와의 연결이 관전 포인트다. 본지는 앞서 미국 모기지 금리 상승과 대출 신청 감소 흐름을 보도했지만, 이번 에스크로 이자 규칙과 크립토 시장의 직접 연결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초기 단계다. 규칙 효력 정지 여부와 예비금지명령 발부 여부는 법원 절차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