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중국산 상품의 관세 우회 경로로 한국을 포함한 40여개국을 지목했다. 한국은 정상 교역 규모가 크지만 중국 공급망과 맞물린 물량이 많아 불법 환적 위험이 섞일 수 있는 1유형국으로 분류됐다.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14일(한국시간) 발간한 '거대한 환적 사기' 보고서에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거쳐 상품을 미국으로 보내는 사례가 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산 수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을 50%로 제시했다.
환적은 상품이 제3국을 거쳐 이동하는 물류 방식이다. 단순 경유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원산지를 바꿔 관세를 낮추는 수단으로 쓰이면 불법 환적이 된다.
백악관은 중국산 제품이 멕시코나 캐나다를 거치면 관세가 0 또는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베트남 등을 경유해도 관세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는 것이 보고서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불법 환적 위험과 관련된 국가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한국은 일본, EU, 캐나다, 인도, 이스라엘, 멕시코, 대만 등과 함께 1유형에 들어갔다.
1유형은 중국 연관 물량이 많고 산업 기반이 다각화돼 있으며 대미 수출 플랫폼이 발달한 국가로 설명됐다. 광범위한 정상 무역 흐름 속에 불법 환적 위험이 함께 섞일 수 있다는 의미다.
2유형에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튀르키예 등이 포함됐다. 이들 국가는 중국 연계 생산·공급망과의 결합도가 높은 곳으로 분류됐다.
3유형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이다. 환적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중국 연계 상품의 우회 수출 경로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틈새 환적 가능국으로 제시됐다.
한국 독자에게 직접 닿는 대목은 반도체다. 백악관은 경기도 반도체 벨트를 중국 관련 집적회로의 잠재적 유통 경로로 지목했고, 이 때문에 미국 피닉스,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의 반도체 생산이 압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고서의 표현은 위험 분류와 가능 경로 제시에 가깝다. 한국 기업이나 특정 선적 사례를 확정해 공개한 것은 아니다.
백악관은 정부·민간 추정 자료를 활용해 잠재적 중국 불법 환적 규모가 연간 400억~3030억 달러(약 57조~431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압박은 자동차, 전자부품, 데이터센터 장비 등으로 번져왔다. 본지도 앞서 중국산 차량 관세와 미국의 커넥티드카 규정이 미국 자동차업계의 생산지 재편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단속 방식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적 경로와 원산지 정보, 부품 구성을 대조하는 '탐지형 국경 감시' 체계를 도입해 환적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통관 단계의 서류 심사뿐 아니라 선적 경로와 원산지 정보, 부품 구성 대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을 불법 환적 확정국으로 단정하기보다 미국 통상당국의 감시 대상에 올렸다는 의미가 크다. 반도체와 전자부품처럼 중국 공급망과 한국 생산·물류가 맞물리는 품목은 원산지 증빙과 부품 추적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