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앙은행(Reserve Bank of India·RBI)이 디지털 루피(e₹) 파일럿을 복지 지급과 국경 간 결제 실험으로 넓히고 있다. 민간 암호자산 거래 확대가 아니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정부 보조금 집행과 결제 인프라에 붙이는 시험에 가깝다.
로이터(Reuters)는 RBI가 2025-26 연차보고서에서 디지털 루피를 직접혜택이전(DBT) 제도와 국내 소매 결제, 국경 간 거래 실험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구자라트, 푸두체리, 찬디가르 등에서는 복지 연계 CBDC 파일럿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는 2026년 2월 푸두체리에서 프라단 만트리 가리브 칼리안 안나 요자나(PMGKAY) 연계 CBDC 기반 식량보조금 파일럿을 시작했다. 보조금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루피 토큰으로 지급되고, 수급자는 지정된 공정가격상점(FPS)이나 승인된 가맹점에서 식량 구매에 쓸 수 있다.
이 방식은 보조금의 사용처를 미리 정해 목적 외 사용을 줄이는 구조다. 수급자는 현금 대신 CBDC 지갑으로 보조금을 받고, 토큰은 지정된 상품과 가맹점에서만 교환되도록 설계됐다.
푸두체리 발표에서 인도 정부는 해당 모델을 찬디가르와 다드라 나가르 하벨리로 순차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RBI 연차보고서 관련 보도에는 구자라트, 푸두체리, 찬디가르가 명시돼 두 자료의 지역 표기는 완전히 같지 않다.
디지털 루피는 민간 암호화폐가 아니다. RBI가 발행하는 인도 루피의 디지털 형태이며, 법정통화의 디지털 버전이라는 점에서 민간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비트코인(BTC)이나 스테이블코인과 구분된다.
RBI FAQ는 소매용 디지털 루피 파일럿이 2022년 12월 1일부터 제한적·통제형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파일럿의 목적은 기술, 구조, 확장성, 적용 사례, 수용성을 시험하는 데 있다.
이번 확대의 핵심은 일반 결제 편의성보다 목적 지정형 지급이다.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이 정해진 품목과 가맹점에서만 쓰이도록 하면 집행 경로를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인도 정부는 푸두체리 발표에서 CBDC 기반 식량보조금이 즉시성, 추적성,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 예산이 실제 수급자에게 전달되고 정해진 용도로 쓰였는지를 디지털 결제 기록으로 확인하려는 시도다.
채택 지표는 아직 강하지 않다. 이코노믹타임스(The Economic Times)는 RBI 연차보고서를 인용해 2026년 3월 말 소매용 디지털 루피 유통액이 771.66크로어 루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1,016.46크로어 루피보다 24.08% 줄어든 수치다. 파일럿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별개로 일반 사용자 수요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BI는 국경 간 결제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로이터는 RBI가 싱가포르통화청과 디지털 자산 관련 협약을 맺었고,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파일럿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BIS)이 주도하는 다자 협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CBDC 기반 국경 간 결제는 통상 송금 비용과 정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다만 국가별 통화 규제, 개인정보 보호, 결제망 상호운용성 같은 조건이 맞아야 실제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인도 디지털 루피 파일럿은 복지 예산 집행과 중앙은행 결제 인프라를 연결하는 시험대다. 전면 상용화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으며, 확인된 범위에서 디지털 루피가 암호자산 시장이나 민간 결제 시장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검증 출처: RBI FAQ, 인도 정부 PIB 발표, 로이터 보도, 이코노믹타임스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