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오는 11월 16일 신종증권시장을 열고 조각투자 상품의 장내 거래를 시작한다. 미술품,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비정형 자산을 기초로 한 증권을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신종증권시장 개설 안내’ 설명회를 열고 10월 6일부터 11월 13일까지 6주간 모의시장을 운영한 뒤 11월 16일 시장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실제 개설일은 금융당국의 상장 상품 승인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종증권은 기존 주식·채권처럼 정형화된 증권이 아니라 비정형 권리를 증권화한 상품이다.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표 사례는 조각투자 상품이다. 미술품, 가축 사육, 영화 제작,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을 여러 투자자가 나눠 투자하는 구조다.
거래 방식은 주식시장과 비슷하다. 투자자는 증권사를 통해 장내 신종증권을 사고팔 수 있다. 다만 거래 시간은 정규시장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로 제한되고, 주문 방식도 지정가 주문만 허용된다.
상장 요건도 제시됐다. 장내 신종증권시장에 상품을 올리려는 발행인은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 만기까지 의무 보유해야 하는 규모는 10억원 이상 또는 5% 이상이다.
상품 요건은 기준시가총액 30억원 이상, 상장증권 총수 10만 증권 또는 10만좌 이상이다. 거래소는 발행인과 상품의 최소 규모를 정해 장내 거래에 필요한 유동성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2023년 12월 장내 신종증권시장 시범 운영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상장할 상품 확보가 늦어지면서 시장 개설도 미뤄졌다. 최근 장내에서 신종증권을 발행하려는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개설 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시장은 토큰증권 제도와는 구분된다.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신종증권은 기존 전자증권 방식으로 발행·등록된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을 쓰는 토큰증권 방식은 아니다.
이규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장내에서 조각 투자 경쟁 매매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라며 “다만 토큰증권 방식이 아닌 전자증권 방식”이라고 말했다. 장내 시장 개설의 의미와 기술적 형식을 나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큰증권 제도화는 별도 일정으로 진행된다. 금융위원회는 3월 4일 토큰증권 협의체 회의 자료에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하위법규 정비와 인프라 구축을 거쳐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을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을 증권계좌부로 이용해 발행·관리되는 증권으로 설명했다.
조각투자 업계에는 선택지가 생긴다. 사업자는 전자증권 방식으로 장내 발행·유통을 택하거나, 토큰증권 방식의 장외 발행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토큰증권의 구체적인 유통시장과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는 전자증권으로 장내 또는 토큰증권으로 장외에서 발행할 것인지 선택지가 있다”며 “향후 법이 시행되면 투자계약증권을 기반으로 토큰증권 활용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발행 방식과 유통 범위는 추가 정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 상품의 장외거래 청산·결제 인프라 구축에 착수한 점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장내 시장과 장외 인프라가 각각 정비되면 조각투자 상품은 발행, 유통, 청산·결제 단계에서 제도권 접점이 넓어진다. 첫 확인 일정은 10월 6일 시작되는 모의시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