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연계자산(RWA) 시장이 온체인 자본시장으로 성장하려면 결제 지연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파편화, 시스템 리스크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진단이 나왔다.
한세진 금융감독원 수석조사관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토큰증권(STO) 이후, 실물자산토큰화(RWA) 입법과제 모색’ 세미나에서 RWA 기반 자본시장 전환의 과제로 △결제 지연 △시스템 리스크 △표준 부재 △법적 제약을 제시했다.
RWA는 부동산·원자재·지식재산권·매출채권·에너지 자산 등 현실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하는 개념이다. 논의의 초점은 자산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데서 나아가 거래와 결제, 권리 처리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맞춰졌다.
한 조사관은 블록체인이 금융거래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넘어 자본시장 인프라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이끄는 금융 인프라 혁신은 단순히 결제 속도가 빨라지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의 근간을 바꾸는 변화”라고 말했다.
블랙록과 비자, JP모건, 서클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국채 등 전통자산을 토큰화하거나 기존 결제·송금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고 있다. 한 조사관은 이들 금융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두고 “모두 자기만의 섬에 갇혀 있다”고 표현했다.
금융사들이 각자 별도의 블록체인과 연결망을 구축하면 시장은 여러 폐쇄형 네트워크로 나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산과 유동성이 개별 네트워크에 고립되고, 시스템 간 연계를 위해 추가적인 연결 장치가 필요해진다.
결제 구조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토큰화된 자산은 블록체인에서 이동하지만 거래대금은 기존 금융망을 통해 결제될 경우 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 사이에 시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관은 “물건은 이미 넘어갔는데 돈이 아직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결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산과 대금을 온체인에서 동시에 교환하는 원자적 결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자적 결제는 토큰화된 자산과 거래대금을 같은 시점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크로스체인 브리지의 보안 문제도 지적됐다. 브리지는 네트워크 간 자산 이동을 지원하지만 해킹의 표적이 될 수 있고, 자금세탁방지(AML)와 트래블룰 등 기존 규제 체계를 적용하기 어려운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실의 자산 가격이나 결제 여부 같은 외부 정보를 블록체인에 전달하는 오라클도 관리·감독 대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됐다. 온체인 금융에서 오라클의 역할은 커지고 있지만 금융 규제 체계에서 이를 어떻게 다룰지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조사관은 사후 제재보다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규제 요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가 터진 후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코드에 핵심 요소들을 미리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통 기준에 포함할 요소로는 시스템 성능과 보안, 탈중앙화 수준, 감독당국의 원장 접근 등이 제시됐다. 금융사들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인프라를 구축한 뒤 나중에 연결하면 시스템 재구축 비용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큰과 실제 권리의 법적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STO 이후의 입법은 자본시장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을 비롯해 신탁·수탁·결제·외환·개인정보·자금세탁방지 제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 RWA 논의를 부동산과 원자재, 지식재산권, 매출채권, 에너지 자산 등으로 넓히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결제 토큰의 법제화와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상호운용성, 원장 규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RWA 시장의 제도화는 자산 발행뿐 아니라 자산과 대금의 결제, 네트워크 간 연계, 토큰 보유자의 권리 처리까지 함께 다뤄야 하는 과제로 제시됐다.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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