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경상환자를 둘러싼 과잉진료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한방병원의 경상환자 치료비가 양방병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 4개사 기준으로 양방병원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인당 치료비는 2020년 33만8천원에서 2025년 35만5천원으로 5.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한방병원은 같은 기간 85만6천원에서 108만3천원으로 26.5% 증가했다. 특히 대표적인 네트워크 한방병원인 A네트워크한방병원의 지난해 인당 치료비는 168만1천원으로 양방병원 평균의 4.7배였고, 8주를 넘겨 치료한 장기 환자의 경우 인당 치료비가 292만원으로 양방 평균의 8.2배 수준에 달했다.
보험업계는 이런 격차의 배경으로 이른바 세트청구를 꼽고 있다. 이는 일부 한방의료기관이 환자 증상과 관계없이 하루에 6가지 이상 시술을 묶어 청구하는 방식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한방병원의 경상환자 세트청구 진료비는 통원치료 기준 2020년 675억원에서 2025년 2천534억원으로 연평균 30.3% 늘었다. 이는 중상환자 세트청구 진료비 증가율인 연평균 21.6%보다 높다. 한의원의 경우 같은 기간 경상환자 세트청구 진료비 증가율은 10.1%, 중상환자는 3.5%였다. 치료행위별로 보면 구술, 즉 뜸 치료비가 최근 5년간 연평균 22.1%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한방물리요법 16.1%, 추나 15.8%, 부항술 14.3%, 온냉경락요법 13.5%, 약침술 11.9%, 침술 8.9%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현재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는 이런 묶음 청구를 충분히 제한할 만한 세부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원 과정에서 상급 병실료가 빠르게 늘어난 점도 치료비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방병원의 1∼3인실 병실료는 2020년 89억5천만원에서 2025년 320억1천만원으로 연평균 29.0% 증가했고, 전체 병실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9%에서 22.6%로 커졌다. 같은 기간 4인실 이상 병실료도 511억4천만원에서 1천95억1천만원으로 연평균 16.4% 증가했다. 양방병원과 비교하면 흐름은 더 뚜렷하다. 한방병원의 경상환자 1∼3인실 병실료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6.1% 늘었지만, 양방병원은 오히려 13.7% 감소했다. 지난해 한방 경상환자의 상급 병실료는 273억원으로 양방 경상환자의 35억원보다 약 8배 많았다. 자동차보험은 원칙적으로 4인 이상 일반병실 비용을 보상하고, 1∼3인실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하는데, 보험업계는 일부 병원이 1∼3인실만 운영하면서도 서류상으로는 4인실을 갖춘 것처럼 꾸며 상급 병실료를 청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급 사례를 보면 문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자동차 추돌 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은 60대 여성은 2인실에서 8일 입원하고 3일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세트청구 등이 더해져 치료비 366만원이 발생했다. 접촉 사고로 경상을 입은 50대 남성은 한방병원에서 300일 동안 치료를 받아 약 3천175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이런 장기 치료와 과잉진료를 줄이기 위해 8주를 넘는 치료는 필요성을 별도로 확인받도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이른바 8주룰을 지난달 30일 차관회의에서 통과시켰고, 개정안은 다음 주 국무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보험업계는 제도 시행을 서두르는 동시에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을 더 구체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보험료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진료 기준과 청구 관행을 얼마나 촘촘히 손질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