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를 이끌던 대형 기술주 묶음인 매그니피센트7의 동력이 최근 약해졌지만,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투자 열풍 전체를 단순한 거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존 플렌더는 1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한때 미국 증시를 사실상 좌우했던 매그니피센트7이 6월 한 달 동안 시가총액 약 2조달러를 잃었다고 짚었다. 매그니피센트7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시장이 흔들린 배경에는 인공지능 기반 시설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금이 앞으로 충분한 수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의문이 깔려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같은 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2025년부터 2026년까지 합쳐 1조달러가 넘는 자본지출을 예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익이나 현금흐름을 넘어서는 지출을 부채로 메우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시장 내부의 자금 흐름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렌더는 6월 급락 이후 매그니피센트7이 더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묶음으로 보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 역시 매그니피센트7이 이제 대형 성장주의 흐름을 읽는 대표 틀로서 힘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배경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따지는 가치 투자보다 상승 추세를 좇는 모멘텀 투자 성향이 강해진 점, 그리고 패시브 펀드와 인덱스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쏠림이 심해진 점이 있다. 일부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는 반도체 종목은 사들이고 대형 클라우드 기업은 공매도하는 식으로 엇갈린 베팅을 하고 있어, 큰 흐름이 바뀌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다만 이런 과열 조짐이 곧바로 인공지능 산업의 허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플렌더는 국제결제은행이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을 과거의 범용기술과 비교하면서, 단순히 생산 과정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지식 생산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이른바 생산적 거품 가능성을 제시했다. 초기에는 과잉투자와 자금 낭비가 나타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깔린 기반이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와 생산성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1840년대 영국 철도 버블 당시 리즈-맨체스터 구간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는 6개 노선이 깔릴 만큼 비효율이 컸지만, 결국 철도가 경제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꿨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도 지금은 과열과 부채를 동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산성 향상과 산업 재편을 이끄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쏠림 현상은 한국 시장에서도 확인된다고 플렌더는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연계된 개별주 상장지수펀드가 두 종목의 가격 변동폭을 더 키웠고, 코스피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종목이 흔들리면서 지수 전체가 크게 출렁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레버리지 개별주 상장지수펀드의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최소 예탁금도 3배로 올리는 조처를 내놨다.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 움직임을 몇 배로 확대해 수익과 손실이 함께 커지는 구조여서, 시장이 과열될 때는 변동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플렌더는 이런 환경에서 국가와 자산군을 나눈 분산 투자, 그리고 현금 비중 확대가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시장은 이미 다음 주도주를 찾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메타, 앤트로픽, 엔비디아, 구글, 오픈에이아이, 스페이스엑스를 묶은 망고스라는 새 이름까지 거론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산업의 장기 성장 기대와 단기적인 과열 조정이 반복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