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가 글로벌 로펌 링클레이터스(Linklaters)와 공동으로 금 시장의 구조적 혁신을 담은 백서를 발표했다. 단순한 토큰화 논의를 넘어, 수십 년간 금 시장을 지배해온 결제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를 법적·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백서의 핵심은 '풀드 골드 인터레스트(Pooled Gold Interests, PGI)'라는 새로운 금 소유권 개념이다.
금 시장의 오래된 딜레마: 할당 금 vs 미할당 금
이 백서를 이해하려면 먼저 현재 금 시장의 결제 구조를 알아야 한다.
현재 장외(OTC) 금 거래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할당 금(Allocated Gold)은 금고에 실제로 보관된 특정 금괴에 대한 직접 소유권이다. 각 금괴마다 고유 일련번호, 무게, 순도가 부여되며, 보관 기관이 파산해도 소유자의 권리가 보호된다. 그러나 약 400온스짜리 금괴 단위로만 거래가 가능해 분할 투자나 정밀한 포지션 조정이 어렵고, 담보로 활용하려면 금괴를 물리적으로 이동시켜야 해 실용성이 낮다.
반면 미할당 금(Unallocated Gold)은 특정 금괴를 지정하지 않고 보관 기관에 대한 계약상 청구권을 갖는 방식이다. 소수점 세 자리까지 거래가 가능해 유동성과 거래 편의성이 높다. 전 세계 로코 런던(Loco London) OTC 금 거래의 절대 다수가 이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보관 기관이 파산하면 해당 금은 무담보 채권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손실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 때문에 EU·영국 EMIR(장외파생상품 규제)상 금융 담보로 인정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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