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하면서 이른바 ’ICO 암흑기’가 시작된 가운데, 이같은 정책을 사실상 주도하는 금융위원회의 산하 기관인 금융보안원이 오히려 ICO 투자 요령을 전파하고 나섰다.
이같은 진풍경은 26일 금융보안원 등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후원한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 벌어졌다. 이번 컨퍼런스는 특히 금융 분야에서의 정보보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10년 이상 해마다 진행된 전통있는 연례 보안 관련 행사이다.
늘어나는 ICO 만큼이나 기승을 부리는 ICO 관련 해킹 등의 기술적 피해와 이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며 ‘ICO 투자를 독려하는’ 발표는 오후 트랙 ‘트렌드’ 섹션에서 진행됐다. 발표자는 박상호씨. 발표자 정보에는 영남이공대학교 교수라고 적시되어 있지만, 현재는 휴직 상태로 사실상 ICO 투자에 매달리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제목은 ‘해외 가상화폐 ICO 해킹 사례’이지만, 실제 내용은 자신의 ICO 투자 경험담 – 10배 이상의 가치가 올랐다는 등-과 빈번하게 발생하는 해킹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법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박씨의 발표가 끝나자, 금융보안원 행사의 진행자는 ‘’생생한 경험담’이 (참석자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치켜 세우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감독당국의 전격적인 ICO 금지 조치에는 금융권 등에서의 압박과 로비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CO와 관련해 자율적 규제 등을 모색해 오면서 규제 당국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움직임이 예기치 않게 신속하고 강도높게 이뤄진 것은 로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에게 ICO는 전혀 달가울 게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 및 한국은행 등에서도 ICO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 ‘과도하다’는 견해를 보이는 이들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