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 열풍이 지속되면서 미국 AI 스타트업 10곳의 기업 가치가 최근 1년간 약 1조 달러(한화 약 1천400조 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업체가 중심이 된 이번 상승세는 AI 산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10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벤처캐피털(VC) 회사들이 AI 기술을 포함한 관련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천610억 달러(약 228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벤처 투자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대부분이 소수의 AI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분석에 따르면 오픈AI, xAI, 앤스로픽, 퍼플렉시티, 데이터브릭스 등 10개 주요 AI 기업이 이 자금 흐름의 핵심에 서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기업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다. 오픈AI는 최근 기업 가치가 5천억 달러(약 700조 원)로 평가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오픈AI뿐 아니라 앤스로픽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 역시 다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스타트업으로 분류되던 데이터브릭스 등의 경우에는 AI 기술 도입을 계기로 밸류에이션이 급등했다.

투자업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급등세에 대해 일정 부분 거품이 낀 측면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연간 반복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이 500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도 기업 가치를 5억 달러 이상으로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수익성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실물 경제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FT는 이 같은 투자 열풍이 단기적 수익보다도 장기적인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지금의 투자가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실리콘밸리의 일부 투자자들은 AI 기술을 통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치 창출 구조를 재정의할 수 있다며,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다만 기술력 확보와 안정적 수익화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생성형 AI(GAI)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확대와 산업 간 융합이 진전되면서, AI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간의 긴밀한 협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향후 투자환경에서는 기술 혁신성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함께 평가하는 기준이 더욱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