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이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스로픽과 대규모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클라우드 TPU(텐서 처리 유닛) 시장 주도권 확대에 나섰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앤스로픽은 최대 100만 개의 구글 클라우드 TPU를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거래 규모는 수십억 달러(최대 약 7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협약은 앤스로픽의 차세대 대규모 언어모델(LLM) '클로드(Claude)' 시리즈를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리소스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앤스로픽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구글 TPU의 가격 대비 성능, 에너지 효율성, 그리고 장기적인 투자보장 측면에서의 장점을 꼽았다. 두 회사의 협력은 2023년부터 시작됐으며, 앤스로픽 최고재무책임자(CFO) 크리슈나 라오는 "세계 최고의 AI를 정의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 확장을 이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의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앤스로픽이 2026년까지 1GW 이상의 연산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수준의 컴퓨팅 자원은 연간 약 50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구글의 클라우드 인프라 수익 다변화에 큰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번 딜은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 걸친 '연산 자원 확보 전쟁'의 일환이다. 오픈AI도 올해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물론 오라클, 소프트뱅크와의 협업을 통해 총 33GW 규모의 이른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앤스로픽은 구글과의 협력이 TPU의 기술 우위를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구글의 TPU는 수직 전력 공급 구조를 채택해, 가로 방식 위주의 엔비디아 GPU 대비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브로드컴과 공동으로 설계·제조되고 있으나, 대만 미디어텍과의 추가 협력도 고려되고 있어 생산단가 절감 효과까지 기대된다. 더불어 D.A. 데이비드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만약 구글이 TPU 사업과 인공지능 연구 조직 디프마인드(DeepMind)를 분사시킬 경우, 평가 가치가 무려 9,000억 달러(약 1,296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협력은 앤스로픽이 추진 중인 멀티클라우드 전략의 일부다. 현재 앤스로픽의 주 클라우드 파트너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이며, 앤스로픽의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레이니어'는 AWS의 전용 칩 '트레이니엄2'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총 80억 달러(약 1조 1,520억 원)를 앤스로픽에 투자했으며, 구글은 30억 달러(약 4,320억 원)를 집행했다.
이에 대해 일부 증권가는 앤스로픽의 TPU 이동이 아마존 클라우드 칩 경쟁력 저하를 시사한다고 진단한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앤스로픽이 구글을 주 연산 파트너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했고, 제프리스는 AWS 트레이니엄 칩의 시장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앤스로픽은 "아마존과의 협력 관계는 여전히 굳건하다"며, 구글과의 협력은 특정 영역에서의 기술적 다변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협력은 기술적 리스크 분산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AWS 장애 사태에서도 앤스로픽의 '클로드' 서비스는 영향을 받지 않아, 멀티 인프라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앤스로픽은 연간 매출 추정치가 약 70억 달러(약 1조 8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1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고객 수는 1년 만에 7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프로그래머용 제품인 '클로드 코드'는 출시 두 달 만에 연 매출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기록하며 비즈니스 확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구글과의 대형 계약은 앤스로픽이 LLM 분야에서 오픈AI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