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의 AI 전략이 또다시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메타의 최고 AI 과학자 얀 르쿤(Yann LeCun)이 회사를 떠나 독자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메타 내부에서 AI 미래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얀 르쿤은 지난 수십 년간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로 평가받아왔다. 1980년대 AI의 선구자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과 함께 연구했던 그는, AT&T 벨 연구소에서는 머신러닝 분야의 획기적 성과를 남겼고, 2013년 메타의 AI 연구 조직인 FAIR에 합류한 뒤부터는 메타의 AI 비전을 이끌어왔던 인물이다. 튜링상을 수상하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특히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쌓았다.
그러나 최근 메타는 AI 전략 전환 과정에서 조직 재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병행했다. 르쿤은 기존에 제품 책임자인 크리스 콕스(Chris Cox)에게 보고하던 체계에서, 메타 내부에서 신설된 ‘슈퍼인텔리전스 부문’을 이끄는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에게 직보하는 구조로 변경됐다. 왕은 메타가 약 14억 달러(약 2조 160억 원)를 투자한 데이터 주석 스타트업 ‘스케일 AI(Scale AI)’의 창업자이자 CEO로, 올해 초 메타에 합류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왕의 리더십 스타일과 인사 정책에 대한 내부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메타가 AI 인력 600명을 해고하면서 AI 역사상 보기 드문 ‘탈중심화’ 조치를 단행한 것은, 메타가 오픈AI(OpenAI), 안트로픽(Anthropic), 구글(GOOG) 등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외형적 조치였지만 내부 혼란을 가중시켰다. 실제로 몇몇 핵심 연구자는 입사와 동시에 개인 물품을 사무실에 들이기도 전에 회사를 떠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르쿤이 준비 중인 새 스타트업은 ‘신세계(New World)’형 AI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패턴 기반 분석을 넘어, 실제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과거 대형 언어모델(LLM)에 회의적인 입장을 비치며, 진정한 인공지능은 인간 수준의 추론 능력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그는 “고양이보다 더 똑똑한 AI 설계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초지능에 대한 조급함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이번 르쿤의 독립은 메타가 사물 인식 중심의 AI에서 보다 인간 유사한 지능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내부 이견이 컸음을 방증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메타의 AI 비전은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겠지만, 창립 이후 처음으로 핵심 인재의 이탈이라는 과제를 함께 마주하게 됐다. AI 전환기 한복판에서 메타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