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본격적으로 맞서면서, 중국 내 AI칩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자국 기술 자립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미국은 2022년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 등 자국산 고성능 인공지능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이 조치는 중국 AI칩 기업들에 자극을 주어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전환점이 됐다. 실제로 최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메타X와 무어스레드 같은 신생 AI칩 설계 기업들은 단 하루 만에 주가가 수배로 급등하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메타X는 42억 위안, 무어스레드는 80억 위안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해 막대한 자본을 확보했다.
또한 기존의 주요 IT 대기업들도 AI칩 독자 개발에 나서고 있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화웨이는 내년에 자체 개발한 고성능 칩 ‘어센드 950’을 발표하며 엔비디아를 정면으로 겨냥할 계획이다. 검색 포털 바이두는 AI칩 개발 자회사 쿤룬신을 통해 대형 언어모델(LLM)을 위한 칩 개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며,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자체 칩 공개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 주목받는 후발주자인 캠브리콘은 2024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기대를 입증했다.
반면 미국은 최근 들어 제한 조치에 일부 변화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엔비디아의 중급형 AI칩인 ‘H200’의 대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외산 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이 칩의 도입을 제한하고, 자국 기술 육성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H200은 최신 제품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들이 아직 구현하지 못한 일부 성능을 지닌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품으로 여겨진다.
중국 AI칩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기술과 생산 인프라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HBM)와 같은 핵심 부품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파운드리)의 수율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저사양 제품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몇 년 안에 기술 완성도와 시장 반응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지형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기술 자립도에 따라 중국은 미국 중심의 AI칩 시장의 구조를 일부 흔들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IT 산업 내 기술 패권 경쟁을 한층 더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