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을 둘러싼 시장 분위기가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과거엔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언급하기만 해도 투자자들의 호응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그 성장이 수익성과 직결되는지를 묻는 시대로 전환됐다. AI는 여전히 시장의 핵심이지만, 그 경제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업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분기 동안 시장은 ‘AI = 성장’이라는 단순 도식을 철회했다. 이제 투자자는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진다. 2026년에는 AI 관련 연간 자본지출(capex)이 6000억 달러(약 864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투자자들은 AI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더욱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비단 상장기업만이 아니라 스타트업부터 M&A를 준비 중인 비상장 기업까지 전반적인 테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구글(GOOGL), 메타(META) 등 이른바 ‘빅5’ 클라우드 시장 리더들은 AI 인프라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26년 이들 기업의 총합 자본지출 규모는 약 6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약 75%가 AI 관련 인프라에 집중되고 있으며, 상당 부분은 부채로 조달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러한 과도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은 점차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최근 분기 자본지출이 전년 대비 약 67% 증가해 단일 분기 기준 370억 달러(약 53조 원)를 넘겼지만, 애저(Azure)의 성장세는 둔화됐다. 이로 인해 주가는 최근 6개월간 21% 하락하며 수천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오라클(ORCL) 또한 AI 클라우드 수요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자본지출 계획을 500억 달러(약 72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히며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를 자초했다. 이미 부채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새롭게 조달할 자금 또한 대부분이 부채 및 주식 발행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심지어 AI 시대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NVDA)와 오픈AI조차 투자 냉각에서 자유롭지 않다. 초기 1000억 달러 규모로 화제를 모았던 인프라 구축 계획이 최근 들어 불확실해졌고, 엔비디아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공급망 리스크 분산을 위해 AMD, Cerebras Systems 등 여러 파트너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전반에서 ‘AI 과잉 투자’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짐에 따라,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도 전략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제품 자체가 추가적인 자본지출 요인을 유발하지 않아야 하며, 기존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단위 비용 감소, 연산 자원 활용률 향상, 배포 속도 개선, 매출 효율 증대 등이 핵심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기술 유연성 확보도 중요하다. 특정 칩셋이나 인프라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과 모델을 아우를 수 있는 구조가 인수합병(M&A)에서도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 입장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상장 기업처럼’ 사업을 운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건전한 수익 구조, 검증 가능한 핵심 지표(KPI), 장기 지속가능성이 확보된 전략만이 AI 열풍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제 AI는 선택이 아닌 전장이 됐다. 다만 그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교한 설계와 자금 운용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수익 구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절실하다. AI 시대의 규칙이 바뀐 만큼, 기업들도 더는 과거의 공식을 따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