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전기요금과 전력망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DA)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지역사회 협력과 전력망 투자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황 CEO는 27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기술 업계와 건설 주체가 AI 인프라 확충에 대비해 지역사회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미국 재산업화의 한 축으로 설명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투자와 전력망 개선이 에너지 비용을 낮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AI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시점에 나왔다. 엔비디아는 8월 26일 발표한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매출 962억2200만 달러(약 133조원), 데이터센터 매출 890억 달러(약 12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논쟁의 초점은 전기요금과 지역 부담이다. 갤럽은 5월 13일 공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 10명 중 7명이 거주 지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하게 반대한다는 응답은 48%였다.
반대 이유로는 전력과 물 사용, 환경 영향, 삶의 질 저하, 공공요금 상승 우려가 제시됐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일자리와 세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와 별개로, 전력망 보강 비용이 주민 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불신이 커진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6월 26일 연구 소개 자료에서 데이터센터가 전력 사용 시간을 옮길 수 있으면 전력 시스템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연한 전력 사용이 가능할 경우 비용 절감 폭이 텍사스에서 최대 5%, 중부 대서양 지역에서 4%, 미국 서부 11개 주에서 2%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건은 가볍지 않다. 연구진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의 20% 이상, 경우에 따라 50% 안팎을 비수요 시간대로 옮겨야 비용 절감 효과가 난다고 했다. AI 연산을 언제든 옮길 수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 논리도 별도로 확인된다. MIT 에너지·환경정책연구센터는 6월 공개한 별도 연구에서 2010~2024년 데이터센터 진입이 평균 소매 전기요금을 2.7%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주거용 고객 요금 영향은 2.1%, 상업용은 2.8%, 산업용은 4.2%였다.
두 연구는 같은 질문을 다른 방향에서 보여준다. 데이터센터가 전력 사용을 유연하게 조절하면 시스템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실제 입지 지역에서는 전력망 보강과 피크 수요 부담이 먼저 발생할 수 있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업계 논리와 주민 전기요금 부담 우려가 같은 전력망 위에서 충돌하는 구조다.
텍사스는 이 갈등이 제도 문제로 번진 대표 지역이다. 그레그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8월 3일 주 공공유틸리티위원회와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에 데이터센터 접속 절차 전반에 대한 검증과 감사를 지시했다.
주지사실은 감사가 끝나기 전까지 어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텍사스 전력망 접속 요청은 474기가와트를 넘었고, 이는 텍사스 전력망의 사상 최대 피크 수요의 5배를 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애벗 주지사는 ABC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주정부, 지방정부와 협력하지 않았고 지역사회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비판했다. 전력망 연결, 물 사용, 세제 혜택, 지역 동의가 데이터센터 허가의 핵심 조건으로 올라선 셈이다.
통상 데이터센터는 전력 구매계약, 송전망 접속, 냉각용 수자원, 지방 세제 혜택을 함께 요구한다. 입지 경쟁이 치열할수록 지방정부는 투자 유치와 주민 부담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AI 수요가 커질수록 이 갈등은 단순한 기술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공요금과 인허가 문제로 바뀐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논쟁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비트코인(BTC) 채굴 인프라를 함께 보는 문제다. 본지는 앞서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반발이 선거 쟁점으로 번진 흐름을 보도했다. 일부 채굴 인프라가 AI 컴퓨팅 수요와 연결되는 만큼 전력망 부담과 지역 인허가 논쟁은 전력 집약형 디지털 인프라 전반의 비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AI 인프라 논쟁은 칩 조달 경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본지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117% 증가가 투자 회수 기간 논쟁으로 이어진 흐름도 전한 바 있다. 황 CEO의 주장은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개선을 끌어낼 수 있다는 쪽에 서 있지만, 텍사스와 주민 여론은 누가 전력망 비용을 부담할지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