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프로토콜과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전환점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상실해 ‘디지털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웹3(Web3) 산업을 신속히 육성해 ‘디지털 G2’로 도약해야 한다는 절박한 제언이 제기됐다.
글로벌 웹3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23일 <디지털 G2를 향한 결단과 실행전략> 보고서를 발간하고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디지털 엑소더스'를 지목했다. 웹3 산업에 대한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지연되는 제도 정비 탓에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핵심 인재들이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 기회의 땅을 찾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과 세원, 핵심 기술력이 함께 해외로 유출되며 국가의 디지털 경제 주권과 미래 성장 동력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HOR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후발주자였지만 1990년대 후반 정보화 시대에는 누구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저력을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담대한 설계자(Architect)'로서 미래를 선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달러가 지배하는 디지털 금융,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주권 지켜야
보고서는 현재 웹3 산업이 글로벌 경제의 기반을 블록체인 기반의 온체인(On-chain)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그 중심에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이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자산 리서치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는 약 2700억 달러(약 385조 원)에 달하며, 이 중 99% 이상이 달러화에 연동되어 있다.
이러한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Digital Dollarization)' 현상은 디지털 경제의 기축통화가 달러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낳고, 이는 장기적으로 원화의 사용성과 대한민국의 통화주권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HOR은 경고했다.
HOR은 이에 대한 핵심 대응 전략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조속한 도입과 법제화를 제안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핀테크 및 결제 시장을 방어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핵심 통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실물기반자산(RWA)·기관 투자' 인프라 확충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 창출
보고서는 RWA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함께 제시했다. RWA를 통해 부동산, 채권 등 전통적인 비유동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하여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자본시장 유동성과 투자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특히 거래와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아토믹 결제(Atomic Settlement)'가 가능해져,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관 자금의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기관 투자가를 위한 인프라(ETF, 커스터디 등)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투기 중심의 시장 분위기를 제어하고, 제도에 기반한 건전한 자본시장을 정착시키는 필수 과제라고 밝혔다.
■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지금 즉시 행동해야"
HOR은 이를 위해 관련 정책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조기 도입 및 법제화 ▲온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 및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RWA 제도화와 기관 투자 규율 정비 ▲웹3 인재 육성과 산업 인프라 투자 확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등 다양한 관련 규제와 정책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 혁신’과 ‘금융 안정’ 간의 균형을 맞춘 실행 중심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며, 산업 억제를 위한 규제보다는 투명성과 신뢰에 기반해 산업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OR 관계자는 "가열되는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 속에서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이제는 논의를 넘어 행동해야 할 시간(Time to Act)"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이를 위해 정부, 금융당국, 산업계, 학계가 함께하는 '민관 공동 실행 체계'를 신속히 구축하여 시대적 과제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