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시장 내 유통량 감소가 곧바로 ‘공급 쇼크’로 이어진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 분석이 나왔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는 최근 보고서에서 “거래소 예치량 감소를 곧바로 공급 쇼크로 해석하는 건 과장된 밈(meme)”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보유자들에 의한 매수세 축적은 분명한 공급 제약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 내 비트코인 비중은 전체 유통량의 15%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최저치다. 이 같은 감소는 일반적으로 단기 매도 압력을 완화시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단순히 예치량 변화로 공급 구조를 판단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장기 보유자의 흡수력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래스노드는 ‘장기 보유자 비축 대 발행량(Long-term Holder Supply Storage vs. Issuance)’ 지표를 인용하며, “현재 장기 보유자들이 흡수하는 BTC는 신규 발행량보다 현저히 많다”고 설명했다. 채굴자들이 내놓는 물량 이상으로 장기 투자자들이 코인을 사들이며, 이로 인해 시장 내 유통 가능한 물량은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공급 축소 상황은 수요의 조금만 변화에도 가격이 크게 변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유입 가능성과 ETF 수요 확대 가능성이 겹치며, 시장은 수요 쇼크에 매우 민감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공급 탄력성이 약화되며 향후 급격한 상승 혹은 하락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공급 구조 변화는 실제 가격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비트코인은 7월 8일 최저가인 107,438달러(약 1억 4,933만 원)에서 시작된 4일 간의 랠리 끝에 7월 12일 사상 최고가인 118,909달러(약 1억 6,539만 원)를 찍으며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약 11억 5,000만 달러(약 1조 5,985억 원) 규모의 숏 포지션이 청산되며 4년 만에 최대 청산 규모를 기록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117,093달러(약 1억 6,284만 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트레이더들은 올해 9월과 12월 만기 옵션 시장에서 각각 14만 달러(약 1억 9,460만 원)와 15만 달러(약 2억 850만 원)를 목표로 하는 과거 최대 수준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
글래스노드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거래소 예치량 감소만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해선 안 된다”며, “진짜 공급 압박은 장기 홀더들의 누적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축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복합적 구조 속에서, 비트코인의 향후 가격 방향성은 단순한 유통량 통계보다 더 정교한 온체인 인사이트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