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대 대형 은행들이 손잡고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 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은행은 법정통화인 엔화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을 공동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는 미국 중심의 디지털 화폐 흐름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세 곳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통일된 기준에 따라 엔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우선적으로 발행하고, 이후에는 미국 달러와 연동하는 형태도 검토할 계획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특정 통화나 자산의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작다. 이 때문에 디지털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각국의 금융기관들도 관련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내 대형 은행들이 직접 발행에 나서게 되면, 민간 핀테크 업체 주도의 흐름에서 제도권 금융 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질 수 있다.
이번 스테이블 코인은 우선적으로 미쓰비시상사의 내부 결제 시스템에서 시범 운용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거래처와의 원활한 송금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해외 송금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국제 송금 방식은 통상적으로 중개은행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본 대형 은행들이 직접 참여에 나선 배경에는 외국계 자산이 일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작용하고 있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발행되고 있는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 코인이 일본 내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자국 통화 주도의 디지털 경제 질서를 정립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금융청은 지난 8월 도쿄소재 핀테크 기업 JYPC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위한 자금이동업자 등록을 최초로 승인한 바 있다. 이는 일본 내 스테이블 코인 산업의 제도화를 여는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금융 시스템 내에서 디지털 자산이 가진 가능성을 인정하고, 규제와 제도를 통해 법정 통화 기반 디지털 환경 구축에 박차를 가할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스테이블 코인을 실물경제 영역에 본격적으로 접목하려는 흐름은 다른 국가나 금융기관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