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스테이블코인(가치가 안정적인 암호화폐의 일종) 유출입 규모가 작년에 급증하면서, 이 자금 흐름이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와 캄보디아 후이원 개런티(Huione Guarantee) 간 코인 유출입 규모는 128억645만 원에 달했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2023년의 922만 원에서 약 1,400배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작년에는 캄보디아에서의 유입 104억9,457만 원, 한국에서의 유출 23억1,188만 원이 각각 기록됐고, 이 중 99.9%가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였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예의주시 중인 후이원 개런티는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된 후이원 그룹 계열사로, 사기 수익이나 해킹 등으로 획득한 가상자산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해 금융정보분석원은 캄보디아 현지의 프린스 그룹과 후이원 그룹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등 조직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 중에서도 특히 빗썸과 업비트가 높은 금액의 입출금을 기록했다. 빗썸은 지난해 해당 거래소와의 입출금 규모가 124억2,646만 원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업비트도 같은 시기 약 3억6,691만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코인원과 코빗 역시 비교적 적은 규모지만 거래 내역이 있었으며, 고팍스는 거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들은 올해부터 후이원 개런티와의 거래 차단 조치를 시작했다. 업비트는 올해 3월부터, 나머지 거래소들은 5월부터 해당 거래소와의 입출금을 막았다. 그러나 2025년 들어서도 1월부터 10월 20일까지 코인 입출금 규모가 총 31억4,925만 원에 달해 자금 흐름은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다. 특히 빗썸은 후이원 외에도 프린스 그룹 관련 거래소인 바이엑스를 통해 68만 원 상당의 코인이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에 지난 22일 바이엑스와의 거래도 전면 차단했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와 1대1로 가치가 연동돼 있어 가격 변동성이 적고 환금성이 높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자금 세탁이나 불법 송금에 활용돼 온 것이 사실이며, 특히 테더는 제도권 금융의 감시망을 벗어나 단기간 고액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범죄 자금의 이동 수단으로 지목돼 왔다.

이 같은 흐름은 국제 금융 규제 당국과 각국 정부가 디지털 자산의 자금세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을 강화하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관련 거래소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과 추적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 논의도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