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식료품 물가에 지갑을 조이던 미국 소비자들이 이젠 '스토어 브랜드'에서 답을 찾고 있다. 유명 제조사 대신 유통업체 자체 상표(PB) 제품으로 눈을 돌리며 알뜰 소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물가 부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유통업체들의 전략 변화까지 이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이 PB 식품을 점점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계란부터 고기까지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가운데, 평균적으로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약 2달러(약 2,880원) 저렴한 PB 제품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올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할인 프로모션과 PB 제품을 중심으로 식품 구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 흐름을 감지한 소매업체들도 앞다퉈 PB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식료품 체인인 앨버트슨스(ACI)는 지난 5월 마리네이드 고기 제품군을 새롭게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디저트 및 간식 브랜드도 선보인 바 있다. 기업 측은 향후 시장 환경에 따라 PB 제품 구색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셰런 맥콜럼 CFO는 “관세 등 외부 변수로 인해 상황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자체 브랜드 강화가 유효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체인 케이시스 제너럴 스토어스(CASY)도 여기에 발맞춰 PB 확대 전략을 구상 중이다. 대런 리벨레즈 CEO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기존에는 단일 가격대를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앞으로는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라인까지 다층적인 전략으로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양한 소비 계층을 아우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반면 기존 대형 식품 제조사들은 견고했던 시장 점유율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헌츠 토마토 제품 등으로 대표되는 콘아그라(CAG)의 션 코널리 CE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토마토 소스 시장은 사실상 헌츠와 PB 브랜드 간 경쟁 구도”라며 가격 경쟁력 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관세로 인해 일부 통조림 품목의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다고 밝혀, 소비자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했다.
수년간 이어진 고물가 국면 속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고, 유통업계는 이 기회를 PB 강화로 승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브랜드 충성도와 마진 개선이라는 쌍두마차를 겨냥하는 셈이다. 소비 패턴의 이 같은 전환은 단기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유통 산업 전반에 지속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