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맥주로 유명한 디아지오(DEO)의 최고경영자(CEO) 데브라 크루가 전격 사임했다. 지난해 6월 CEO로 선임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린 갑작스러운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디아지오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상호 합의에 따라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디아지오는 스미노프 보드카와 기네스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주류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주류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에 시달리며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임 배경에 대해 크루 CEO가 매출 하락 원인을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해명하려 했지만, 주요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녀가 CEO로 취임한 이후 디아지오 주가는 약 40% 하락했다.
당분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닉 장자니가 CEO 대행을 맡게 된다. 디아지오 이사회는 내부 승진뿐 아니라 외부 후보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후임자 물색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 5월 발표한 2025~2026 회계연도 가이던스를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당시 디아지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도입한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향후 연간 약 1억 5,000만 달러(약 2,16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회사 측은 내달 8월 5일, 예정대로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증시에 상장된 디아지오 주가는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뒤 등락을 거듭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연초 이후 주가 낙폭은 25%에 달한다.
디아지오의 이번 인사 결정은 단순한 리더십 교체뿐 아니라, 글로벌 주류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도전과 소비자 수요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