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법인세 상위 5대 기업의 실효세율이 19.1%로 나타났다. 이는 명목상 최고세율인 24%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업의 실질 세 부담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2024년 법인세 신고자료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전년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과세표준이 줄었지만, 동시에 세액 공제와 감면 혜택이 축소된 데 따른 결과다.

실효세율은 기업이 각종 공제와 감면을 적용한 뒤 실제로 지급한 세금의 비율로, 명목세율과는 다른 실질 세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상위 5개 기업의 총 수입금액은 232조여 원으로 전년보다 41.6% 감소했고, 이에 따라 소득금액도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당연히 과세표준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공제·감면세액이 72.5%나 줄어든 탓에 실효세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기업들의 실효세율은 해마다 경기와 실적에 따라 변동해왔다. 2020년 16.6%였던 실효세율은 2021년에는 21.6%까지 올랐지만, 2022년 18.9%, 2023년 16.4%로 다시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기업이 경영 환경 악화로 매출과 이익이 줄었더라도 그만큼 세금을 줄여주는 혜택도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소한의 법인세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 최저한세 제도를 적용받는 기업 수도 크게 늘었다. 2020년 3만9천 곳이었던 이들 기업은 2021년 5만2천 개, 2022년 6만7천 개, 2023년 8만4천 개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3만7천 개로 급증했다. 이는 법인세 회피를 막기 위해 일정 수준 이하로는 공제·감면 효과를 제한하는 제도의 적용 대상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뜻이다.

차규근 의원은 실효세율의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기업 실적 악화의 결과일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대기업 세 부담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고세율 인상 논의에 앞서 지금의 공제·감면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실효세율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업 조세제도의 개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기 변동에 따른 기업 실적 변화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세금 부담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중장기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