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맺었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해지된 계약 규모만 약 9조6천억 원에 달해, 회사의 연간 매출 약 28%에 해당하는 큰 비중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 17일 공시를 통해, 포드 측이 전기차 생산 전략 변경을 이유로 배터리 장기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두 단계에 걸쳐 총 10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장기적으로 공급하기로 합의했으며, 제품은 전량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돼 유럽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이처럼 대형 계약이 갑작스럽게 종료된 배경에는 최근 전기차 수요 정체,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의 장기화와 정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포드는 최근 미국의 세금 혜택 축소에 따른 수익성 우려로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차 강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F-150 라이트닝과 같은 주력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트럭, 밴,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계약 해지는 고객사의 전략 변화에 따른 조치로, 양사 간 중장기적 협력 관계는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하나의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서 전체 협력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포드 역시 전기차 관련 기술 및 부문 투자를 완전히 중단한 것이 아니라, 사업 전략을 재조정한 상태로 풀이된다.
이번 사례는 전기차 산업이 여전히 정책, 수요, 기술적 요인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정책 강화, 배터리 기술 발전 등의 영향으로 단기적으로는 예측이 어렵더라도, 장기적 성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제조사와 부품 공급업체 간 유연한 협력과 시장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