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경남 창원에 소형모듈원자로(SMR) 전용 공장을 새로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8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 변화와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원자력 기술 수요가 커지는 데 따른 선제적 대응이다.

회사는 2025년 12월 17일 이사회에서 총 8천68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투자 기간은 2026년 3월부터 2031년 6월까지 약 5년 3개월에 걸쳐 진행되며, 주요 내용은 SMR 전용 제조공장 신축, 기존 공장의 설비 최적화, 그리고 자동화·디지털화 중심의 혁신 제조 시스템 구축 등이다. 이를 통해 연간 20기 수준의 SMR 제작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영향으로 SMR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특히,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이고 청정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와 16기 규모의 단조품(중장비 수요 부품) 공급에 대해 예약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미국 내 SMR 수요가 실수요층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회사 측은 현재 테라파워, 뉴스케일 등 미국 내 다른 주요 SMR 기업들과도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북미시장 공략의 발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적인 대형 원자로 중심의 원자력 산업이 새롭게 소형화·모듈화되고 있다는 흐름을 반영한다. SMR은 안전성, 경제성 면에서 기존 원자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전략에서도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향후 글로벌 SMR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초기 시장에서의 기술력 확보와 상업화 단계로의 전환이 관건인 만큼, 지속적인 해외 파트너십과 공공 부문의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