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인공지능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면서, 기술 경쟁력 확보와 산업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 투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금을 공공 금융이 보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업스테이지의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개발 등을 위한 5천6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승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가운데 1천억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에서 투입된다. 업스테이지는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솔루션과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으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벤처·중소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차 평가를 통과한 만큼, 이번 투자는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상징성이 큰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인공지능 인프라 확충에도 자금을 배정했다.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는 국가 인공지능컴퓨팅센터 건설을 위한 지분투자가 승인됐다. 민관이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첨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통해 그래픽처리장치와 신경망처리장치 같은 핵심 반도체 1만5천장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출자 승인으로 4천억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 자본금 조달이 확정됐고, 앞으로 최대 2조원 규모의 대출도 추가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인공지능 산업에서 성능 경쟁의 핵심이 되는 연산 자원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제조업과 바이오 분야 지원도 함께 이뤄졌다. 포스코퓨처엠 자회사 퓨처그라프에는 첨단전략산업기금 2천억원을 포함해 총 2천5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이 지원된다. 회사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연간 3만7천t 규모의 구형흑연 생산 기반을 갖추고, 천연흑연 음극재 약 3만3천t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배터리 음극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 소재여서 공급망 자립과 직결되는 분야다. 에스티젠바이오에는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위한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생산시설 확충 사업에 850억원 규모의 장기·저리 대출이 지원된다. 울산의 반도체 공정용 불화수소가스 생산기업 후성에는 지역 중소·중견기업 간소화 절차를 적용해 첨단전략산업기금 165억원 저리 대출이 승인됐다. 불화수소가스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여서 지역 기업 지원을 넘어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4월까지 누적 11건 사업에 총 8조4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 금융위원회는 산업 파급효과가 크고 정책적 의미가 있는 사업을 선별해 정기적으로 메가 프로젝트 형태로 발표하고, 다양한 자금 수요에 상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기술 주권과 공급망 안정, 지역 산업 육성을 함께 겨냥한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규모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첨단 산업에서는 정책금융이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