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상장지수펀드와 상장지수증권 직접 거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를 서두르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해외 자금 유입 통로가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외국인 통합계좌의 거래 대상에 기존 국내 주식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거래 대상을 ETF와 ETN으로 넓히겠다고 밝힌 뒤, 이를 실제 제도로 옮기기 위한 후속 작업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코스피 상승 흐름 속에서 외국인의 한국 지수형 상품 투자 수요가 커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은 비교적 쉽게 살 수 있지만, 국내에 상장된 ETF와 ETN에는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다. 반면 한국 개인투자자는 해외 ETF에 적극 투자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제도상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가 이런 비대칭을 줄이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한국 관련 ETF로 향하던 자금 일부를 국내 시장으로 돌릴 수 있고, 그만큼 국내 거래 활성화와 외화 유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거래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거래대금은 5조8천억원, 순매수 규모는 2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ETF와 ETN 거래까지 열리면 외국인 투자 수요가 더 넓은 상품군으로 분산되면서 한국 자본시장 전체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 흐름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어서 개별 종목보다 접근이 쉽고, 국가 전체 시장에 투자하려는 해외 자금에 더 익숙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시행 시점은 세제 정비 속도에 달려 있다. 현재 세법상 국내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의 배당소득세는 국내 금융회사가 원천징수하지만, ETF와 ETN은 그 대상에 명확히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문제를 먼저 정리해야 해외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가 법무 검토와 계약 변경, 전산 시스템 개편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재정경제부가 오는 7월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금융당국은 필요하면 비조치의견서(당국이 특정 행위에 대해 제재하지 않겠다는 해석)를 활용해 규정 개정 전이라도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상품별 배당 구조와 과세 시점을 따져 일부 상품부터 먼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 중 단계적 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제도가 안착하면 한국 시장이 해외 개인자금까지 끌어들이는 보다 개방적인 투자 시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